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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입시에서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작정 책을 붙잡기 보다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혼자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만,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면 롤모델로 삼을만한 명문대생 형이나 누나들로부터 조언을 듣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선에듀케이션이 진행하는 '초중등 자기주도학습 멘토링 기숙캠프'에서 수차례 멘토로 참여한 명문대생들로부터 캠프 과정 동안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인 공부습관을 가지게 된 변화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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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 모르는 요즘 아이
명문대생 멘토들은 멘토링 기숙캠프에 갓 입소한 아이들에 대해 "대부분 공부보다 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데다, 공부를 할 때도 집중을 하지 못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수연(연세대 간호학과2)씨는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로 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해주던 것에 의존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서민석(연세대 신소재공학과2)씨는 "학생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라고 기억했다.
김수련(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4)씨는 "캠프 첫 날 '엄마가 억지로 보내서 왔는데 솔직히 왜 왔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명문대생 스스로가 학생의 롤모델
멘토링 캠프가 다른 캠프와 다른 점은 바로 멘토 대학생들이 일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다양한 커리큘럼을 같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제광(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3)씨는 "멘토링 시간에 제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이 '멘토 선생님은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 자신을 반성하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준호(연세대 사학과2)씨는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싫은 과목까지 공부했던 제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또 이루고 싶은 꿈,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부모님 등에 대해 제 경험을 이야기해줬고, 반대로 학생들의 이야기도 귀기울여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공부비법도 가르쳐줬다.
김수연씨는 "암기할 때 노래를 접목, 그림을 그리면서 내용 정리 등 저만의 공부비결을 가르쳐줬다"고 밝혔다. 정유정(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2)씨는 자신이 맡은 학생들에게 대학입시에 자신이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기도 했다.
"참가학생들에게는 아직 먼 얘기일 수도 있는 대학에 대해 현실적으로 조언해줬어요. 제가 중·고등학교에서 어떤 대학을 언제부터 목표로 했고, 그 학교를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말해줬죠. 특히 대학을 위해 준비했던 자료들이나 활동 내역, 즉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포트폴리오라는 것 자체를 처음 본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달라지는 아이들
명문대생 멘토들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은 하나씩 달라져갔다. 처음에는 놀러온 양 들떠있었던 아이들이 점차 자습시간이 아니어도 책을 꺼내 공부하기 시작했다. 낯을 가리고 작은 소리로 겨우 말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저요!' 하면서 먼저 발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김수련씨는 아이들에게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저는 꿈이 없어요. 커서 무엇이 되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던 아이들이 멘토링 시간 이후 목표가 생겼다며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정말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서민석(연세대 신소재공학과2)씨는 "모든 학생들이 이 캠프를 계기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캠프를 계기로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계획적으로 생활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광씨는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공부의 재미를 알아가는 아이들을 볼 때 뿌듯함을 느꼈다"라고 했다.
명문대 멘토들은 올 여름방학에 진행되는 멘토링 기숙캠프에서도 멘토로 활동할 계획이다. 최준호씨는 "공부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고 부모님의 '공부하라'는 잔소리 없이도 공부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돕겠다"라고 밝혔다. 김수연씨는 "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제게서 뜯어 먹을 것은 모두 뜯어먹고 가게 끔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공부에 관한 모든 것,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공부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공부할 때 꼭 필요한 것,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제가 느꼈던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덧붙여서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법이나 학창기를 거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그리고 자신감을 심어주려 합니다."
멘토의 공부노하우 전부 뜯어 가세요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대학생 멘토가 말하는 멘토링캠프 참가생 변화
나만의 꿈·목표…'공부 동기' 세워~ 봅시다, 뭐가 문제인지…학습습관 고쳐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