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修공화국] 상위권 재수생이 '강남 성적' 끌어올려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기사입력 2010.06.17 02:57
  • 서울 강남·서초구 소재 고교생의 지난해 수능 성적을 비교한 결과, 재수생 평균 점수(언어+외국어+수리영역 합산)가 재학생보다 10~14점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25개구(區)에서 강남·서초구가 서울 다른 지역보다 수능 3개 영역 평균 점수가 20여점 앞선다는 사실〈본지 4월 17일자 A10면 참조〉은 알려졌지만, 이같은 '강남 강세(强勢)'는 재수생들이 주도했다는 것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 본지가 서울 강남·서초구의 2010학년도 수능 응시생(인문계고 출신) 2만51명의 성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리 가'를 선택한 응시생 중 재수생 평균은 334.4점, 재학생 평균은 324.4점이었다. '수리 나' 선택 학생 역시 재수생이 336.2점으로, 재학생 평균(322.5점)보다 13.7점 앞섰다.

    또 강남·서초 지역 고교 재수생은 16.2%가 수리영역(수학)이 1등급이었지만, 재학생은 12.6%만이 1등급이었다. 언어영역(국어)과 외국어영역(영어) 1등급 비율도 재학생보다 재수생이 각각 2.1%포인트, 0.4%포인트씩 높았다. 반면 하위권 학생(7~9등급) 비율은 재수생이 훨씬 낮았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강남 지역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재수에 나서고, 그 결과 지역 전체의 수능 성적을 끌어 올리는 '재수생 효과'가 나타났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류대에 많이 합격시키는 명문고'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A고의 경우, 지난해 수능 응시생 6명 중 1명꼴로 수리·외국어 영역 1등급(전국 상위 4% 이상)을 받았지만, 그 절반이 재수생이었다. 재학생만 놓고 보면 수리 1등급은 17.0%지만, 재수생 응시자는 21.2%가 수리 1등급을 받았다. 외국어 영역에서도 재수생은 18.1%, 재학생은 14.4%가 1등급이었다.

    지난해 입시에서 A고는 15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는데, 그중 10명 이상이 재수생이라고 이 학교 학부모들은 전했다. '명문고 파워'는 사실상 '재수생 파워'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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