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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학 합격생을 다수 배출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휘문고·중동고·영동고 졸업생의 80% 이상이 재수(再修·대학 입학 후 다시 대입을 치르는 이른바 '반수·半修' 포함)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고교를 4년 다니는 학생이 졸업생의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강남 학력의 상당 부분이 '재수 효과' 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지가 입시기관 '하늘교육'과 함께 서울·경기지역 469개 고교의 대학 진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능을 치른 서울지역 수험생 중 재수생은 4만3181명으로, 재학생(9만4480명)의 45.7%에 달했다. 고교 정원에 큰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졸업생 100명당 46명이 재수에 나서 이듬해 수능을 치렀다는 의미다.
특히 강남구 소재 고교에서는 재학생 대비 재수생 비율이 68.2%였다. 학교별로는 휘문고가 88.4%로 최고였고 중동고(82.2%)·영동고(81.6%)·서울고(78.5%)·세화고(77.7%)·경기고(77.4%)·상문고(75.6%)·중산고(75.4%) 등 강남 명문고들의 재수생 비율이 70%를 웃돌았다. 학교·지역별 재수생 비율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수생이 많은 강남·서초구는 명문대 합격생도 많이 배출했다. 올해 서울지역 고교의 'SKY(서울·고려·연세대)' 합격자(4110명) 중 강남·서초지역 학생이 31%(1270명)를 차지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재수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휘문고의 한 교사는 "우리 학교 'SKY대' 합격생의 30%는 재수생으로 보면 된다"며 "강남지역 고교에서는 재수생들이 학교의 진학실적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문대에 합격한 이후 더 좋은 학과에 가기 위해 휴학하면서 다시 수능을 보는 '반수생'이 강남 고교에 적지 않으며, 올해 11월 수능의 경우 재수생 비율이 작년보다 17% 정도 늘 것으로 보인다고 대입학원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강남 이외 지역 중에는 서초구(65.6%), 광진구(51.8%), 종로구(50.0%) 등으로 재수생 비율이 높았다. 반면 금천구 소재 고교는 재수생 비율이 29.5%로 서울 25개 구(區) 중 가장 낮았다.
경기도에서 재수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과천시(55.2%)와 성남(36.8%)·의왕(32.7%) 역시 이른바 명문대 잘 보내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재수생 비율은 해당지역의 소득 수준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부모 소득이 많아야 재수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서울 강남·북 간 학력 격차를 '사(私)교육 효과' 등으로 분석해 왔지만 이번 조사로 '재수 효과'가 학력 격차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고교가 사실상 '4년제화(化)'돼 가는 현상에 대해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조효완 공동대표(은광여고 교사)는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1인당 연간 1000만~3000만원에 달한다는 재수 비용 등 경제적 낭비뿐 아니라 젊은 층의 사회 진출이 1년 늦어진다는 의미에서 엄청난 인적(人的) 자원이 사회적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초 공개된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 고교별 대학 진학률과 2010학년도 수능 응시자료를 기초로 분석했다.
강남 고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이 再修
안석배 기자
sbahn@chosun.com
재수생 비율, 휘문 88%·중동 82%·영동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