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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교실에서 배운 수업만으로 영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대답은 YES! 영어몰입교육 중인 금성초등학교와 영어리더학교로 선정된 상계중학교. 전교생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이들 학교의 노하우를 알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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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초
"There're dogs all over the place here. Who let the dogs out?"
10월 16일 오전 8시 30분, 금성초(서울시 중랑구 소재) 4학년 슬기반 교실. 30여 명의 학생들이 텔레비전을 응시하며 모니터 속 영어 뉴스를 일제히 따라 하고 있다. 외국인 앵커의 음성과 손동작을 하나라도 놓칠 세라 따라 하기에 열중이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30대 1의 경쟁을 뚫고 앞에 나오게 된 김호진군의 단독 발표가 이어졌다. 호진군은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매일 조금씩 반복해서 따라 하니 이제는 영어의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금성초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아침 시간을 활용해 '구간 반복형 영어 News & Talk'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2007년에 시작해 지금껏 실시하고 있다. 2년 전 제자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는 소진권 교사는 "초등학교 때 정확한 영어 발음과 고급 영어를 익혀놔야 중·고등학교 때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 고안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CNN, ABC 등 뉴스 채널에서 아이들과 연관이 있는 뉴스 주제를 뽑아 반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뒤 어느 정도 흐름을 파악했다 싶으면 앵커가 말하는 문장을 끊어, 일일이 따라 하도록 했다. 중요한 숙어나 단어가 나오면 친절히 부연 설명해줬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지만 이제는 초등학생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했어요. 외국인 앵커에 버금갈 정도로 발음과 억양이 좋아졌지요. 입소문이 나자 다른 반 선생님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 학년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영어 News & Talk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4학년 김하린양은 "세계 곳곳에 다양한 뉴스를 알게 돼 기쁘다. 영어 뉴스를 따라할 때면 마치 제가 앵커가 된 것 같아 즐겁다"고 했다.
영어 앵커 따라 하기 수업이 가능한 것은 영어몰입교육을 통해 기본기를 다져놨기 때문. 금성초는 전 학년에서 영어몰입 수업을 한다. 1·2학년은 수학, 3·4학년은 수학·과학, 5·6학년은 수학·과학·사회를 영어로 수업한다. 윤이보 교감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영어몰입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영어·수학 분야에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반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성초의 이색 교육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수학교육학회장을 역임한 윤옥영 교장의 수학 사랑으로 수학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다지기 계산학습이 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덧셈·뺄셈·곱셈·나눗셈 100문제를 주어진 2분 안에 푸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시킨다. 매번 문제풀이 기록을 담임 교사가 남겨 변화양상을 살피기도 한다.
윤 교장은 "저희는 현재에 만족하기 보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요. 미래에 나라를 이끌 인재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죠. 이색 교육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런 고민에서 나온 성공적인 결과물" 이라고 말했다. -
상계중
상계중학교(서울시 노원구 소재) 2학년 1반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원어민 교사 크리스의 질문에 너도나도 손을 번쩍 들어 대답한다. 이어 과거형과 현재진행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아이들은 과거형과 현재형, 미래형의 차이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어를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쉽고 재밌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영어를 공기처럼 삶으로 접했으면 했는데 이정도면 성공한 거 같죠?"
임춘희 언어교육부장(영어)은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상계중은 설립시기가 오래됐고 학생 수도 많아 영어전용교실이 따로 없다. 과학실이나 컴퓨터실이 임시 영어교실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초, 교육과학부에서 선정한 영어리더학교 공모에서 최우수상(전국 2위, 서울시 1위)을 수상했다. 상계 모닝 잉글리시, 팝송대회, 영어토론대회 등 다양한 영어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면서 큰 효과를 얻었던 것.
임 부장은 "시설 면에서 부족한 것을 다양한 영어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보상하고자 했다. 전교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낙오되는 학생도 없다"고 귀띔한다.
팝송·영어토론 대회 단골 사회자라는 3학년 성현우군은 "모든 대회는 영어로 사회를 본다. 특히, 영어에 관심 없던 친구들도 팝송은 좋아하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런 대회를 통해 그간 몰랐던 친구들의 끼도 알게 되고 영어에 대한 흥미도 확실히 갖게 됐다"고 했다.
상계 모닝 잉글리시는 학교의 모든 대소사를 동영상으로 담아 영어로 보여주는 시간이다. 선생님, 학생, 학부모를 초대해 토크쇼 형태로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 스스로 제작하기도 해 인기가 많다. 심동희 교감은 "영상을 통해 아는 사람이 나오니까 집중해서 본다. 또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애착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어 에세이 쓰기, 물건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show & tell, 영어토론동아리, 영어연극반, 영자신문반, 영어 게시판, 책을 읽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Bookworm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더이상 영어가 교육이 아닌 생활도구라는 정세만 교장은 "학부형들을 위한 영어교육도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하고 있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영어를 생활화하면서 더욱 시너지가 났다"고 전했다.
뉴스 따라 하기·연극·토론으로 영어를 생활화해요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금성초&상계중의 특별한 영어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