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능력’ 오해와 진실 2
맛있는 교육
기사입력 2010.05.27 15:46

세븐멘토 김은실 연구소장

  • 나의 진로를 스스로 찾아나가는 전체적인 과정에서 비춰진 능력’ 즉 ‘자기주도학습’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중학생 K군과 고등학생 A군의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1) 과학고를 준비하는 중3 K군.
    K군은 어릴 때부터 과학이 참 재미있었다. 과학의 네 가지 영역 중에서 특히 ‘생물’이 관심을 끌었다. K군은 초등학교 내내 생물에 관련된 각종 책을 많이 읽었으며, ‘파브르’는 K군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자리 잡았다.

    여름철이면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곤충채집 및 관찰을 즐겼고, 관찰일지도 작성했다. 집에서 키우는 곤충류만 수십 마리가 넘어서, 알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작성한 보고서는 과학탐구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자, 교육청 영재원에 2년을 다녔고, 그 과정에서 과학의 전 분야를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면서 ‘과학고’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K군은 과학고로 진학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과학 중 가장 관심 있는 생물 올림피아드 수상, 수학과 과학 내신 관리, 관련된 책 탐독, 과학탐구대회 등 각종 과학 대회 수상, 영어인증점수 획득 등의 목표를 세웠다. 과학고에 진학하려면 이러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학교 시험 때는 과학고에 가기 위한 내신 목표점을 세우고 그에 맞춰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교육청 영재원 과정을 준비해 합격했고,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만한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학교의 과학동아리에도 적극 활동했고, 2학년 때는 동아리팀장으로 활동하면서 단체로 과학 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수상했다.

    사례2) 경영인을 꿈꾸는 고2 A군.
    A군의 꿈은 멋진 기업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고학년 때는 ‘안철수 평전’을 읽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지 않고 국가적 자존심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던 그의 철학에 감동해 멋진 기업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A군은 매년 학급 임원을 맡을 정도로 리더쉽도 강한 편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A군의 꿈은 보다 구체화되었다. 문과 성향이 강했던 A군은 ‘명품’ 관련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명품 마케팅’을 멋지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한 후에 A군은 학교 내의 ‘경제 동아리’에 가입했고, 자신이 특히 관심있는 브랜드 L사에 관련된 자료를 스크랩해두었다.

    고1 때 일본 가족여행 갔을 때 신주쿠의 명품거리를 집중 취재했고, 서울 청담동의 명품거리와의 마케팅 차이점 등을 분석해 논문을 쓰기도 했다.

    A군은 대학 졸업 후 L사 한국 지사 마케팅부에 입사해 일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 K대학과 S대학의 글로벌전형 혹은 경영학과를 목표로 세웠다. 내신 관리 및 수능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글로벌 브랜드에서 활동하려면 꼭 필요할 것 같아 영어를 확실히 다져두는 반면, 틈틈이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초등학교 때는 ‘나의 이해’ 과정에 집중되어야 한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느껴가는 과정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자신의 탐색을 거쳐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롤 모델은 누구인지 등등의 진로 및 직업의 이해, 진로 설정,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현재 교육 당국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사교육 억제 정책’과 ‘자기주도학습’은 아귀가 잘 맞아떨어진다. 매우 훌륭한 개선안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이렇듯 멋지고 선진적인 입시안을 앞에 두고 나는 강연장에서 만났던 학부모들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세련되고 고급스럽지만 너무 커서 내 몸엔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이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학교 안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고 펼칠 수 있는 기회와 맞춤 지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어쩌면 더 강력하게 ‘사교육’ 손아귀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 세븐멘토 김은실 연구소장
    ▲ 세븐멘토 김은실 연구소장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입시를 위해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외워야하는 한국 초중고 학생들의 현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몸이 커서 세련되고 고급스런 ‘자기주도학습’이란 옷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한국 교육의 그 날을 기대한다.

    ※아름다운교육신문 기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