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받은 학생들 제친 전교 1등의 ‘공부비법’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media@chosun.com
기사입력 2010.02.08 12:08
  • 방학 중에도 건대부속중학교학생이 '방과 후 학교'에 참가해 공부하고 있다.
    ▲ 방학 중에도 건대부속중학교학생이 '방과 후 학교'에 참가해 공부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대부속중학교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방학임에도 학생들이 학교에 모인 이유는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서이다.

    학생들 틈에는 전교 1등인 마준석(15)군도 있었다. 매학기 시험마다 평균 95점이 넘는 마군은 학원을 다니거나 따로 과외를 받지 않는다. 정규수업과 ‘방과 후 학교’ 수업만 듣는 마군은 공교육만으로 사교육을 뛰어넘은 사례이다.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4.3% 증가한 20조 9000억원이었다. 고교생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중학교, 초등학교 학생들의 사교육도 급격히 늘었다.


  • 1980~90년대 초등학생들이 참여했던 사교육 활동은 대개 피아노, 태권도, 컴퓨터, 수영 등 예체능 관련 사교육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 초등학생들은 예·체능 외에도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 도구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특목고에 진학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선행 학습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 사이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비싼 사교육으로 인해 소득 계층별ㆍ지역별 교육격차가 커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키우고 부족한 교과목을 보충하는 ‘방과후학교’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 및 교육청은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눈에 띄는 사교육 경감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가 학교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2006년 7월 '교육격차해소 및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지원조례'를 제정해 교육지원 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2007년부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학생에게는 맞춤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과목당 비용은 3~4만원 수준으로 평균 25만원인 학원비에 비해 저렴하다. 지난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결과 ‘소질계발과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한 학생이 62%였다. 학부모는 85%가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불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3%밖에 되지 않았고, 학부모는 0%였다.

  • 영신고 학생들이 방과 후 공부방에서 개인학습을 하고 있다
    ▲ 영신고 학생들이 방과 후 공부방에서 개인학습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는 대표적 사교육인 영어 교육의 수요급증에 따른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어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는 87개 초·중학교에 영어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여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마포구 서울여중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뽑을 때는 학부모 앞에서 수업 실연을 하고, 주기적으로 만족도 평가를 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또 광진구 건대부속중학교에서는 원어민 수업을 영어회화 수준별로 나누어 소그룹 free talking 형태로 진행하며 원어민 강사는 매 학기 학부모와 일대일로 상담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영어마을'은 병원이나 방송국, 호텔, 경찰서 등을 꾸며 상황에 맞게 영어를 배우며, 간접적으로 영어권 문화도 경험한다.  현재 서울영어마을은 풍납캠프와 수유캠프에서 주말·방과후 교실 등 중장기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고, 관악캠프는 오는 3월 개장한다.

    서울 영어마을의 입소 비용은 4박 5일에 9만원 수준으로 해외 단기 어학연수 비용과 비교하면 평균 115만원이 저렴하다. 또한 수강생 20%는 저소득층 학생을 선발해 학비 전액을 시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 염강초등학교 이창욱(12)군은 "영어로 외국인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보니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라며 재밌어했다.


  • 영신고 학생들이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회화 수업을 받고 있다
    ▲ 영신고 학생들이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회화 수업을 받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인해 교사의 업무가 과도해 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A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만 가르친다면 전혀 힘들 것이 없다. 하지만 행정문서와 처리하고 수업을 병행하다보면 아침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저녁도 못 먹을 때가 많다보니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행정인력 충원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학교지원담당관 박은령 팀장은 "학교현장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수렴하고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학교 시설개선 사업은 물론,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프로그램의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남승희 교육기획관은 “편안한 학교환경은 위생적인 학교환경 조성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만큼, 서울시는 다방면에서 편안하고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