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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EBS' '사교육 1번지'등의 유혹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적이 향상된 학교들이 있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온전히 교사·학생들이 합심해 얻어낸 성과여서 공교육의 모델이 될 법하다. 맛있는공부는 각 지방 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이들 고교의 성적향상 비법을 엿봤는데, 뭔가 특별한 공통점이 있었다.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열등학교에서 우등학교로 변모한 학교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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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로 시작하는 맞춤식 수업
강원 화천고의 경우 수준별 수업은 물론, 외부강사 활용과 또래 수업으로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이 짝을 지어 학습하며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고 있다. 덕분에 '기초학습부진학생 제로'라는 기록도 세웠다. 고성 중앙고 역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없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 기초 다지기 과정을 진행하고 성적이 저조한 학생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개별 지도해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서울 등촌고는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상·중·하위권 아이들의 성적을 고루 향상시켰다. 정규수업 이후에도 시간강사 10명을 배치해 아이들의 궁금증을 그때그때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북 고창고는 작년부터 수준별 무학년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력 차이가 심한 농촌학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후배가 허물없이 학습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학부모·학생도 반한 교장리더십
대구 호산고는 전국 연합학력평가에서 성적이 급격히 향상된 학교 중 하나로 꼽힌다. 학력 부족 학생을 직접 지도하고, 교사들의 자발적 자율학습 지도를 유도하는 등 학교장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기피학교에서 선호학교로 변모한 울산 방어진고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실천 위주의 인성 함양, 독서교육과 방과후 학교 운영을 통한 학력 향상, 체험학습과 태권도 수련을 통한 심신단련의 '3進 교육'을 강조한다. 올해 과학 중점학교에 지정돼 자연계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울산 성신고는 입학식 날 학부모에게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낼 만큼 교육 철학이 뚜렷하다. 사교육 대신 수준별 수업과 상위권 학생을 위한 공부방 운영 등 학교에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게 했다.
2009 학력향상 중점학교인 충남 안면고는 아이들에게 도전목표를 주고 목표에 도달하면 인증패를 통해 격려했다. 교사 1명당 3~4명씩 기초학력증진을 위해 교사 책임지도 실명제를 실시해 공부습관을 길러줬다.
◆생활부터 달라지는 지정학교
강원 양양고는 농어촌기숙형 학교로 명사 초청 특강, 명문대 테마여행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줬다. 공교육지원프로그램으로 외부강사를 초청해 특별수업을 진행하는 등 도시 아이들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경영우수고로 지정된 경기 고색고는 교육청과 수원시청의 지원금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인터넷 강의 수강제, 외부논술강사초빙, 다양한 문화체험, 재활치료(승마, 수영)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족도를 높여 학교 선호도까지 크게 신장됐다. '2007년 농산어촌우수고·2008년 기숙형공립고'로 선정된 대구 포산고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변모했다. 교육비 부담 없이 학교 기숙사에서 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은 물론, 다양한 인성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학부모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맞춤형 지도전략
학습 효율성을 극대화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주목할 만하다. 경북 점촌고는 성적향상고로 명성이 자자하다. 교사와 학생이 팀 단위로 학습법과 진로선택에 대해 상담을 하고 부진학생은 특별 지도를 통해 학습 의욕을 굳혔기 때문이다. 인성교육과 일요논술교육도 운영 중이다.
광주 고려고는 과목별 3개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 과목의 경우 1학년 때는 학생이 취약한 문법을 먼저 다루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독해와 듣기를 중점 지도해 학습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부산 남고는 '과제 연구'를 통해 입학사정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의 학습 수준에 따라 사회, 과학 분야의 특정 탐구 주제를 설정해 조사·탐구 후 논문을 작성, 발표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력을 키워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하는 수업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 숭덕여고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는 날부터 수시전형과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한다. 3년간 성적관리를 하는 전담부서가 아이의 개인별 관리를 한다. 이런 목표 관리로 매주 공부량을 정하고 지킬 수 있도록 도와 공부 의지를 굳혔다.
전남 매산고는 7단계 우수학생 지도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학생을 지도한다. 정체감 형성단계, 맞춤식 진도지도단계, 사고력 배양단계, 통합교과 응용단계 등 1학년 때부터 성적을 관리해 성공적인 대입에 대비한다. 전남 보성고는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학교다. 한자경연대회, 수학 탐구반 등 그룹 스터디 운영을 통해 자기주도학습 환경을 조성했고 각종 문화체험 등을 통해 인성교육에도 힘쓴다.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된 제주 세화고는 교과 과정을 특화시켰다.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일본어, 중국어 수업 시수를 국영수와 같은 수준으로 늘린 것이다. 또 해외 문화 과목을 수업에 포함해 학생들의 흥미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크는 학교
경남 함양고는 지역의 지원으로 면학분위기가 조성된 케이스다. 2002년 설립된 함양군 장학회가 낙후된 교육 환경으로 인재들이 타 지역으로 떠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지원군으로 나섰다. 무료 방과 후 수업, 교육 시설 확충 등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인천고는 다양한 학습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아이들의 학습 상태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문과 함께하는 문화·체육행사, 학부모 교육 등 학교가 지역사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교원대 내에 있는 충북 한국교원대부고는 지리적 특성을 백분 발휘한 좋은 예다. 교과별로 교원대 교수와 교사가 교과협의회를 구성해 학생지도에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교원대생과 학생은 과목별로 멘토링을 통해 1:1, 1:3으로 학습의지를 높였다.
교사·학생이 뭉쳤다… 열등에서 우등학교로 거듭났다
성적향상 고교에는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