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배워요] "신문 활용 펀드매니저 놀이… 경제·사회이슈 관계 머리에 쏙"
부산=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기사입력 2009.11.25 03:34

부산국제외고 방과후 활동
신문으로 경제공부 하면 경제·시사·진로교육
1석3조의 학습효과 있어… 우수한 성과로 장관賞도

  • "'연아사랑펀드'를 아시나요? 김연아 선수가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 가운데 전망이 좋은 6개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예요. 올해 김연아 선수가 2009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켜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로 이 기업들은 '김연아 관련주'로 묶이며 주가가 일제히 올랐지요. 어떤 제품은 매출이 최대 400%까지 올랐습니다. 19세인 김연아 선수의 잠재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미래에 투자해 보십시오. 어떤 기업인지 궁금하신가요? 김보은·정혜지 펀드매니저를 찾아주세요."

    두 사람은 '주식형 펀드 가입 안내서'를 보여줬다. '연아사랑펀드'를 구성한 6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매일유업, LG생활건강, KB국민은행, 롯데칠성이다. 왜 이 기업들을 선정했을까, 고객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두 사람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연아의 햅틱'은 80일 만에 50만대 판매를 돌파, 곧 100만대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는 현대차는 기업 이미지 상승과 더불어 지난해부터 수요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에쿠스, 투싼iX, 쏘나타의 신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전년 대비 11.3%의 국내 시장 판매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매일유업은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채용해 '매일 ESL 저지방&칼슘 우유 400% 매출 신장' 기록을 세워 12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김연아 요구르트'로 불리는 '바이오거트 퓨어'로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LG생활건강의 '라끄베르'는 '김연아 화장품'을 출시해 100% 매출 신장을 기록, 섬유유연제 '샤프란 아로마시트' 판매율도 15% 성장시켰습니다. KB국민은행은 연아사랑기프트카드·연아사랑적금 등의 상품을 출시해 고객을 끌고 있으며, 롯데칠성 역시 저칼로리 천연 과일 음료인 '비 화이트 연아 스무디'를 개발해 인기 판매 중입니다. 이 기업들의 미래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 “기사 보니까 이 회사는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보다 19%나 증가했대. 전망이 좋아”“좀 더 큰 우량주를 선별해야 하지 않을까?”19일 밤 9시 부산국제외고 1~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경제탐험대’대원들이 각자 신문에서 찾은 기업 정보를 나누며 주식 투자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부산=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 “기사 보니까 이 회사는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보다 19%나 증가했대. 전망이 좋아”“좀 더 큰 우량주를 선별해야 하지 않을까?”19일 밤 9시 부산국제외고 1~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경제탐험대’대원들이 각자 신문에서 찾은 기업 정보를 나누며 주식 투자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부산=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단숨에 종목 분석을 끝낸 이 '펀드매니저' 팀은 사실 부산국제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정순택) 학생들이다. 지난 19일 저녁 9시 부산국제외고 방과 후 특기적성시간에 '경제탐험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1~2학년 학생 70명은 한자리에 모여 열심히 '모의투자실습'을 했다. 일명 '신문 활용 펀드매니저 놀이'다. 학생들은 1~3인으로 펀드매니저 팀을 구성해, 펀드 이름을 정하고 각각 6개의 종목을 선정한 뒤 신문에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해당 기업의 정보를 찾아 '펀드가입안내서'를 작성했다. 수업을 이끈 박세현(41) 교사는 모의 투자방식을 설명하고 동기 부여를 했다.

    "교장선생님한테 펀드를 팔아보자. 진짜로 여러분의 펀드를 살 생각이 들도록 설득해야지. 6개 종목에 투자할 자금은 3000만원씩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만들어준 'Fun-School Trading System'(시중의 온라인 주식매매 시스템인 HTS를 변형해 만든 간략한 표 서식)에 총 금액 3000만원에 맞춰 6개 종목을 구성했다. 모의 투자는 앞으로 15일간 각자 알아서 한다. 즉, 매일 매일 신문의 주식시세표를 보고 그날의 종가(終價)를 기록한 뒤 15일 후에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결산해 보는 것이다.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팀에 선생님은 '문화상품권 포상'을 약속했다.

    부산국제외고에 NIE(신문활용교육) 방과후학교가 개설된 것은 올해 3월부터다. 사회과 담당인 박세현 교사가 경제를 주제로 '경제탐험대'를 만들어 부산시교육청 지정 동아리로 등록하고, 학생을 모집했다. 지원자가 70명을 훌쩍 넘어서자 화·목요일로 반을 나눴다. 이들은 1학기에 활동한 결과물을 엮어 학생 경제논문집 1호인 '청소년 경제연구'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제9회 대한민국 청소년 동아리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을 받았다.

    동아리 대장이자 총학생회 부회장을 하고 있는 정슬기(2학년·17) 학생은 "신문을 통해 경제 공부를 하니까 경제와 시사 즉 수능의 비문학 영역 그리고 진로교육까지 잡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며 "게다가 출구전략, 태양광 발전처럼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들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환경과 경제와의 상관관계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정슬기·구미경 팀은 '알찬 겨울나기 펀드'를 소개하며 겨울을 맞아 활기를 띠는 에너지·제약 관련 기업체를 선정했고, 김명선·이예랑 팀은 "'그린에너지' 환경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등에 투자해 '대학학자금 1000만원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각오로 '내가 주는 장학금 펀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웰빙 식품 개발에 주목한 박소희·정한별 팀은 오리온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식품은 비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업종으로 '닥터유' '마켓오' 브랜드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오리온은 웰빙 콘셉트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경제탐험대 주식형 펀드 가입 안내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본 자료는 경제탐험대가 제작한 것이며,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상품이 아닙니다. 아울러 본 상품은 실적 배당 상품으로 손익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외고 활동 예시는 http://nie.chosun.com→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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