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인먼트 게임_게임하며 공부도… 기능성 게임이 뜬다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기사입력 2010.04.23 02:53

퀴즈로 한자·영화 배우고 게임 캐릭터와 영어회화 연습

  • '게임을 하며 수능 문제를 풀고, 한자와 영어 회화를 익힌다?'

    '기능성 게임'이 인기를 끌며 게임의 새로운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능성 게임이란 기존 게임의 '재미' 에 교육 등 특별한 목적을 부가해 만든 게임. 이 게임은 다양한 '경쟁'을 통해 '승리'라는 흥미 요소를 선사하는 일반 게임과 달리, 건전한 교육 콘텐츠를 담고 있다.

    최근 국내 온라인 게임 회사가 만든 기능성 게임이 청소년 등으로부터 꾸준히 인기를 모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게임을 통한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업체들은 새로운 기능성 게임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150만명이 넘게 즐긴 '에듀테인먼트' 게임

    기능성 게임은 미국에서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이라고도 불리며 초기 군사용으로 사용됐다. 현재 기능성 게임은 교육과 훈련, 치료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건전한 게임을 주로 일컫는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할 수 있어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교육 콘텐츠를 담아 학습 효과를 볼 수 있는 게임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된 넥슨의 '큐플레이'는 이러한 에듀테인먼트 게임의 효시. 아바타를 이용해 다양한 퀴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도전 수능 400 퀴즈방'과 토익 문제를 푸는 퀴즈방 외에도 영화·한자·유럽여행 등 관심 분야의 퀴즈를 풀 수 있다.

  • 아바타를 이용해 수능·토익·영화 등 퀴즈를 즐기는 '큐플레이'. / 넥슨 제공
    ▲ 아바타를 이용해 수능·토익·영화 등 퀴즈를 즐기는 '큐플레이'. / 넥슨 제공
    큐플레이는 2002년 아바타 아이템 판매로 인한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2003년 가입자 수 150만명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고 지금도 월평균 120만명의 회원들이 접속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넥슨 서민 대표는 "대교, 웅진 씽크빅, 엠베스트 등 교육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다양한 교육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NHN 한게임에서 선보인 '한자마루'는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난 1월 기준으로 5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게임과 교재를 통한 한자 학습이 결합된 온·오프라인 연동 에듀테인먼트 게임으로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한자를 반복적으로 보고 듣게 돼 자연스러운 학습 효과가 나타난다.

  • 게임을 하며 한자를 반복적으로 보고 듣는 '한자마루'. / NHN 한게임 제공
    ▲ 게임을 하며 한자를 반복적으로 보고 듣는 '한자마루'. / NHN 한게임 제공
    한자마루는 성균관대 한문교육학자와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들이 기획한 뒤 온라인 게임 전문가들이 개발한 게임으로 서울대 심리학과 '언어와 사고실험실' 검증을 거쳤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동 주관한 '2008 에듀테인먼트 경진대회' 한자 부문에서 공식 종목으로 선정됐고 제4회 이러닝 우수기업콘테스트에서 우수상(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게임하며 자연스럽게 한자, 영어 공부도

    한빛소프트가 지난해 3월 선보인 '오디션 잉글리시'는 게임을 통해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온라인 기능성 게임이다. 동영상 강의를 본 뒤 게임 캐릭터가 말하는 것을 따라 읽고 캐릭터 역할을 맡아 영어로 말을 한 뒤 실력에 맞게 테스트를 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부족한 부분을 복습할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드'에서는 자신이 발음한 문장을 녹음해 원어민 발음과 비교해서 들을 수 있고 게임 이용자 간 1 대 1 대전(對戰)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또 초등학교 교과과정, 해외 생활 영어, 핵심 비즈니스 영어 등 다양하게 단계별로 구성돼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다. 한빛소프트 김기영 대표는 "정부로부터 '이러닝 품질 인증'과 'GS(Good Software·좋은 소프트웨어)' 인증을 획득하며 2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게임을 통해 영어회화를 익히는 '오디션 잉글리시'. / 한빛소프트 제공
    ▲ 게임을 통해 영어회화를 익히는 '오디션 잉글리시'. / 한빛소프트 제공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는 2008년부터 UN 산하 구호단체인 세계식량계획(WFP)이 만든 인도주의 게임 '푸드포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푸드포스는 식량 원조와 긴급 구호 활동을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부금 모집 등 임무를 게임으로 하며 구호 활동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세계 16개 이상 언어로 배포돼 전 세계적으로 600만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 UN 산하 구호단체인 세계식량계획(WEP)이 만든 인도주의 게임 '푸드포스'. / 엔씨소프트 제공
    ▲ UN 산하 구호단체인 세계식량계획(WEP)이 만든 인도주의 게임 '푸드포스'. / 엔씨소프트 제공
    NHN 한게임은 네이버를 통해 두뇌계발게임 '더 브레인', 육아에 필요한 지식을 게임으로 습득하는 '엄마가 간다' 등 8종의 '생활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신규 수익 창출하고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

    이처럼 기능성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영어와 한자 등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의 경우 2000년 큐플레이의 '도전 수능 400' 퀴즈방 가운데 24개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적중해 화제가 됐다. NHN 한자마루는 10세 이하 저연령층 참가자들의 78%가 한자 실력을 높인 것으로 보고됐다. 오디션 잉글리시를 사용한 '민짱이'라는 아이디의 이용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더니 토익 듣기 점수가 100점 이상 올랐다"고 했다.

    게임업체들의 경우 게임 중독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순기능 때문에 기능성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NHN 한게임 정욱 대표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교육용·생활형 게임을 선보이며 신규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교육 효과 등으로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게임의 형식으로 지구촌의 기아문제를 인식하고 구호 임무를 수행하는 푸드포스는 게임의 사회적 순기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이런 생각에 공감해 사내 게임 전문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게임을 한글화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무료 배급할 게임 개발"

    이에 따라 게임업체들은 다양한 신규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게임의 '순기능'을 알릴 수 있는 게임을 무료로 배급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넥슨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연산을 간편하게 익힐 수 있는 교육용 게임을 개발해 이달 중 게임포털인 '게임엔젤'과 '넥슨포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NHN은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환경 교육 기능성 게임'을 올해 안으로 국·영문 버전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게임은 이를 국내외 환경 단체를 통해 전 세계에 무료 배급함으로써 190여개국, 18억 명의 어린이들이 '게임을 통한 환경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베스트셀러 한자 학습 만화인 '마법천자문'을 어린이 대상의 한자 학습 온라인 RPG(역할수행게임)로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