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인증시험·경시대회 반영한 대입전형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 쓸 수 없도록해야"
안석배 기자 sbahn@chosun.com
기사입력 2010.04.03 02:51

오는 7일 임기 마치는 이배용 대교협 회장

  • 앞으로 공인 영어 시험이나 경시대회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보는 대입 전형은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을 쓸 수 없으며 정부의 재정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대학 입시를 총괄 관리하는 한국대학교육총연합회 이배용 회장(이화여대 총장)이 2일 밝혔다.

    이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본격 실시된 입학사정관제를 본 취지대로 운영하기 위해 대교협에서 '공통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시대회나 영어 인증시험을 반영하면 (사교육 영향력이 커지고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므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오는 7일 대교협 회장 임기를 마친다.

    ―대교협 회장으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적극 추진했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점수 1~2점 차이가 아니라 잠재력·창의력을 보고 뽑아 대입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속도론' 지적이 있었지만 들여다보면 대학마다 차이가 있다. 소규모 대학은 100%를 입학사정관제로 뽑을 수 있고, 10%만 사정관제로 뽑은 대학도 있다. 작년에 안착을 했으니 올해부터 내실을 기하겠다."

  • 이배용 대교협 회장(이화여대 총장)은 “올해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보다는 내실화와 질적 관리에 힘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이배용 대교협 회장(이화여대 총장)은 “올해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보다는 내실화와 질적 관리에 힘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입학사정관제의 질적 관리를 위해 준비 중인 것은.

    "다음주 초 대교협에서 입학사정관제 '공통 운영 기준'을 마련해 대학에 지침을 보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공인 영어 시험이나 수학(과학)경시대회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사용하는 전형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끊겠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해 '스펙(자격조건) 쌓기' 사교육도 나타났다.

    "사교육이 단기적으로 성행할지 모르지만 입학사정관제는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서만 정착된다. 사교육이 개입을 못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컨대 국립박물관과 대교협이 협정을 맺어 박물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입에서 자신의 특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불(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 폐지에 대한 입장은?

    "3불제도 자체가 과거의 패러다임 아닌가.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도입되면서 의미가 자동적으로 소멸했다. 단 기여입학제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

    ―현 정부는 입시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관리하던 대학 입시가 대교협으로 이관됐다는 면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 대학의 입시 자율성도 과거보다 늘었다."

    ―이화여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 4년째인데.

    "올해 이대는 '글로벌 2010년'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해이다. 세계 21곳에 거점 캠퍼스 센터를 마련하고 하버드대 등 세계 유명 대학과 학생교류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이대 재학생 60%가 재학 중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참여할 정도로 국제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