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떠나는 전교조 출신 1호 김선호 교장
뉴시스
기사입력 2010.03.0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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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 떠나는 전교조 출신 1호 교장
    ▲ 교단 떠나는 전교조 출신 1호 교장
    "교육으로 일어선 나라가, 교육 때문에 망한 나라로 바뀌진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광주효광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37년 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한 김선호 교장(62)은 지난달 28일 정년퇴임식 직전 인터뷰를 갖고 지나친 입시중심 경쟁교육의 폐해를 지적했다.

    '전교조 간부 출신 1호 교장'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 김 교장은 반평생을 바친 교직생활을 '고역과 저항의 삶'이라고 정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단을 떠나기 직전에도 시민단체 고문으로 활동하며, 손수 팻말을 들고 전범기업 '미쓰비시사'를 규탄하는 1인 시위에 나섰을 정도로 항상 불의와 맞서왔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1987년 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교육 민주화운동 1세대다.

    이후 전교조 창립(1989년 5월)에 힘을 보텐 김 교장은 1997~99년 전교조 광주시지부 국공립중등지회장을 맡아 전교조 합법화 투쟁과 교육 민주화를 부르짖었다.

    2000년 9월 월곡중학교 교감으로 부임하면서 전교조를 떠났지만, 그의 교육운동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교육문제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와 연관된 일에는 정치·경제·사회를 떠나서 목소리를 높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문제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2004년 4월 총선 시기에는 언론에 '30년 교직자의 양심을 걸고 쓴다'라는 제목으로 탄핵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가 선관위에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광주지방법원 재판부는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나 교육공무원으로써 학생들을 올바르게 인도하기 위한 뜻은 이해가 간다"는 입장을 밝혀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전교조 간부 출신 최초 교장이라는 타이틀을 앞두고 있었던 김 교장은 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징계로 인해, 그해 교장으로 승진발령을 받지 못하고, 이듬해인 2005년 9월에야 교장 자리에 올랐다.

    김 교장의 교육개혁 의지를 다시 확인한 사건은 신가중학교 교장 재직시절인 2006년 8월.

    시교육청이 스스로 기자재 비리를 폭로한 동료 교장에게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결정을 내리자 진상규명과 탄원활동을 통해 복직을 이끌어냈다.

    또한 자신의 학교에서 진행 중이던 기자재 구입비리 문제에 대해서도 감사를 청구해 광주지역 일선 학교의 기자재 구입비리를 제도적으로 막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항의하는 촛불시위 때는 한 달 이상 교장실에 촛불을 켜두기도 했고, 지난해 9월에는 54년 만에 정권을 잡은 일본 민주당 소속 하토야마 신임 총리에게 전후배상을 촉구하는 격문을 보내는 등 점잖은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활동으로 윗분(?)들을 당황케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처럼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고, 아이들을 새벽부터 밤까지 묶어놓고 가르치는 나라는 없다"며 "이런 방식의 교육으로는 세계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스스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그르치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후배들에게도 "평교사 시절부터 완전히 청렴하지 못하고, 관례와 관습에 젖어있었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고백한 뒤 "후배들이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 많은 사람이 객관이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설 것"을 당부했다.

    김 교장은 앞으로 "지방선거에 광주시교육위원 후보로 나서 진정한 교육 독립을 위해 한 몸을 바치고 싶다"며 "현재 고문을 맡고 있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시민모임'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