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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문학원에 외제차를 몰고 온 모피코트 차림의 40~50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몰려 들어갔다. 학원에서 개최한 '유학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0여명의 학부모들은 11평(35㎡) 정도의 강의실에서 "에세이에는 자기 경험을 담는 게 좋다" "음악 같은 여러 가지 특기들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등 학원 관계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학부모들은 이 학원이 최근 SAT 시험지를 빼돌린 강사가 소속된 학원이고 고액 수강료 문제로 휴원(休院)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도 설명회에 나온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이 학원 대치점에 대해 수강료 초과 징수를 이유로 45일간 휴원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가 열린 신사동 분점과 위치는 다르지만 같은 학원 소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학원들의 등기이사 일부가 겹치기 때문에 같은 학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가 끝나고 학부모들에게 "이 학원이 문제 유출 강사가 소속된 학원인 것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 학부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짐작은 하고 있었다"면서 "예전엔 소수만 알고 있었는데 언론 덕에 문제 알려주는 학원이라고 더 광고가 됐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이 학원이 휴원해도 여기 선생님들은 다른 데 가서 강의할 것인데 선생님들 몸값이 더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학부모들 눈에는 불법행위나 거액 수강료보다는 SAT점수를 높여줄 강사들만 눈에 띄는 듯했다.
[길] 곧 휴원될 SAT학원의 '유학설명회' 찾는 학부모들
김시현 기자
shy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