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혼란스럽다" "사(私)교육 줄 것"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기사입력 2009.12.11 03:03

外高는 "인원 줄이기 자율 침해"… 국제高 전환엔 관심
전문학원들 큰 타격 예상

  • 교과부의 외고 개편안에 대해 외고 교장들은 "규제가 과하다"면서도 국제고 전환에 관심을 보였다. 반면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사교육이 줄 것"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외고들 고민=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인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은 "수월성 교육기관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는 규제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외고 교장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10학급 학급당 25명' 조건.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은 "현재 420명인 학년 규모를 250명으로 줄이는 게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고 했고, 강 교장 역시 "외고는 이미 회화 수업은 두 반으로 나눠 진행해 10여명씩 수업을 듣는데 왜 학급당 인원을 줄여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맹강렬 명덕외고 교장은 "정부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 비율(20%)과 전형 방식을 일괄적으로 정한 것은 다소 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고 존속'과 '국제고·자율고로 전환'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정권이 학교법인(사립)이나 교육 당국(공립)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지역 한 외고 관계자는 "전환 조건만 합리적이면 외국어 이수단위 제한이 없는 국제고가 낫지 않겠느냐"며 국제고 전환 의사를 내비쳤다.

    학부모 반응은 엇갈려=중2 자녀를 둔 이모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외고 입시 준비를 해왔는데, 1년 앞두고 전형이 바뀌어 혼란스럽다"며 "모집 인원은 줄어들어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중2 학부모 박모씨는 "대학에서도 정착되지 않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고교 입학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학부모들이 입시결과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시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기는 학부모도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오모씨는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대회 준비 때문에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웠다"며 "각종 수상 실적이나 시험이 배제되면 어릴 때부터 선행 학습하는 아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사교육 감소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장모씨는 "학교장추천서를 잘 받기 위해 더 많은 걸 시키다 보면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원들 당황=학원 관계자들은 이번 개편안으로 특목고 전문 학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외고 입시에서 학원의 역할이 줄어들 뿐 아니라, 외고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줄어들어 '시장'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재사관학원 박교선 원장은 "외고가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도록 교육 과정이 개편되면 외국어에 특별한 소질이 있는 일부 학생 말고는 굳이 가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학원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한 특목고 학원 관계자는 "곧 새로운 입학전형에 적응한 '상품'이 학원가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