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장기화에 교육시민단체 “교육과정 줄여 진도부담 덜자”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7.07 11:00

-7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격차 현황진단과 보완대책’ 발표
-핵심 성취기준 선별, 학습결손 집중교과 운영 등 대안 제시

  • 서울의 한 고교에서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 서울의 한 고교에서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코로나19로 초중고교의 원격수업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사와 학생들이 과도한 진도 부담에 쫓기지 않도록 교육과정 축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면수업이 어려워 등교수업 일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진도빼기식 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7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발(發)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 현황진단과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사걱세는 지난달 16~17일 원격수업의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사 20여명과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들은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의 주요 문제점으로 ▲학습공백·결손 심화 ▲형식적으로 치러진 평가 ▲가정·학교 간 소통 부족 등을 꼽았다.

    사걱세 측은 “현 시점에서 교육격차 심화 문제에 대한 대응은 개별 가정과 학교 현장이 떠맡고 있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정부 차원의 대응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육당국은 오는 2학기를 비롯해 향후 국가재난상황에서의 교육격차 심화를 예방하기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격차 문제의 핵심은 ‘학습공백·결손 심화’다. 대다수 학교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차질없이 운영하기 위해 진도빼기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걱세 측은 “등교수업 일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코로나19사태 이전과 같이 동일한 양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진도빼기식 수업과 같이 교과별 진도 속도가 빨라진다면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학습결손 학생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교과 학습의 기본 바탕이 되는 국어, 수학 등 교과의 학습결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적인 학습결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원격수업을 통해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걱세 측은 “온라인에서는 개별 학생의 학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별도의 확인 없이 재생시간만 채우면 이수 처리가 되고 있다”며 “그 결과 온라인으로 학습하기에 가정환경·학습수준이 여의치 않거나 학년·과목별로 온라인 학습이 적합하지 않을 경우 학습결손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사걱세는 ‘핵심 성취기준’을 선별하고 ‘학습결손 집중교과’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걱세 측은 “기존 초중고 국가교육과정에서 과목별 내용 체계상 학년(군)에서 배워야 할 필수학습내용인 ‘내용요소’를 토대로 핵심 성취기준을 선별해 단위학교에 보급해야 한다”며 “국가가 교육과정 축소에 나서지 않고 단위학교에 자율적으로 맡긴다면 자칫 학교나 지역별로 교육격차가 더욱 커지고 기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선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학생 맞춤형으로 진도를 편성할 수 있는 ‘배정형 학습관리시스템(LMS)’ 구축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걱세 측은 “교육부가 선별한 교과별 핵심성취기준에 따라 현장 교사들이 개별 학생들의 특성에 맞게 수업 차시를 증감하거나 학습 속도를 조절해 수준에 맞는 학습이나 과제 콘텐츠를 배정할 필요가 있다”며 “학급이나 수업단위의 학습방을 ‘학생별(My)’ 구조로 바꾸고, 강의·과제 종류나 개수를 학생별 ‘배정형’ 방식으로 바꾼다면 원격수업에서도 개별 학생들의 학습수준과 속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향후 교육당국이 양질의 원격교육을 위한 학습·과제 콘텐츠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걱세 측은 “원격수업을 듣고 단순히 퀴즈를 푸는 게 아니라 기존 학습 내용과 연결지어 자유질문이나 문제를 만들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양질의 과제”라며 “교육부는 각 학교에 흩어진 양질의 과제가 원격학습 플랫폼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사 기준 배정형 학습관리시스템(LMS) 화면 예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교사 기준 배정형 학습관리시스템(LMS) 화면 예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