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올해 고3 첫 등교… 학생 몰리자 거리두기 ‘난감’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5.20 09:56

-코로나19로 5차례 연기돼 80일만에 첫 등교수업

  • 20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로 80일만에 열린 교문에 들어서고 있다. /한준호 기자
    ▲ 20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로 80일만에 열린 교문에 들어서고 있다. /한준호 기자

    “거리두기 하자. 천천히! 잘 지냈어? 열 체크하고!”

    20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하나둘 교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문 앞에 선 지도교사는 학생들에게 생활방역 수칙을 안내하며 목청을 높였다. 지도교사 뒤로 보이는 커다란 전광판에 적힌 ‘고3 학생 여러분의 등교를 축하합니다’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사태로 5차례 연기돼 80일만에 맞이한 첫 등교에 교사와 학생 모두 들뜬 분위기였다.

  • 20일 등교한 경복고 3학년 학생들이 줄지어 발열 증상이 있는지 확인 받고 있는 모습. /한준호 기자
    ▲ 20일 등교한 경복고 3학년 학생들이 줄지어 발열 증상이 있는지 확인 받고 있는 모습. /한준호 기자
    이날 학교를 찾은 교사와 학생들은 교문을 통과하기 위해 발열 증상 여부부터 확인받았다. 우선 교문에서 비접촉식 체온계를 통해 37.5도 이상의 발열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 중앙현관에서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발열 증상이 있는 학생을 가려내는 식이다. 급식자재를 실은 트럭을 포함한 모든 차량 운전자도 발열 여부를 확인받고서 교문을 지났다.

    7시 15분경이 되자 교내 곳곳에 뿌릴 소독약품을 실은 ‘종로구 방역단’도 등장했다. 오토바이를 탄 방역단원들은 교문 앞에서 체온 측정 후 차례로 들어가 곧바로 방역작업에 착수했다. 이어 첫 등교수업을 격려하기 위해 학교 현장을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과 교사들의 체온을 직접 측정했다. 이날 한 사서교사가 마스크뿐만 아니라 투명 보안경을 쓰고 나타나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3의 첫 등교수업을 격려하기 위해 경복고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한준호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3의 첫 등교수업을 격려하기 위해 경복고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한준호 기자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등교수업 시 생활방역 수칙이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7시 30분쯤부터 등교하는 학생들이 교문 앞에 몰리면서 거리두기를 실천하기가 어려워졌다. 1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앞뒤 간격이 좁은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교문으로 향하다가 지도교사에게 제지당하는 일부 학생의 모습도 포착됐다.

    앞으로 등교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매일 등교하는 고3을 제외한 나머지 유·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서울 내 2200개 학교에서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길 기도하는 심정으로 학생들의 등교를 맞이했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교육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조화시키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혼합수업)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