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학평 시험지 배부 ‘드라이브 스루’ 가보니… “학번이 뭐예요”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24 10:09

-올해 첫 수능 모의평가, 코로나19 탓 재택으로 실시
-신속 배부 위해 응시계열 ‘3과’ ‘3사’ 등 차창에 붙여
-교사, 학생 서로 인사만 나누고 헤어져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에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가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 방식으로 배부됐다. /김종연 기자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에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가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 방식으로 배부됐다. /김종연 기자

    “학번, 이름 말해주세요” “1학년 2개요.”

    24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경기고등학교 교사들이 길게 늘어서서 대기하는 차량 옆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올해 첫 수능 모의평가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시험지를 나눠주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차에 탄 학부모 또는 학생이 학번과 이름, 계열 등을 말하면 시험지가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앞서 3월 학평을 주관하는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이번 시험을 원격으로 치르겠다며, 시험지는 각 학교에서 ‘드라이브 스루’나 ‘워킹 스루’ 등으로 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험지 배부 시간을 고려해 3월 학평의 첫 시험 시간은 당초 8시 40분에서 9시 40분으로 미뤄졌다.

    이날 경기고는 7시 20분부터 3학년을 대상으로 시험지 배부를 시작했다. 1~2학년은 8시부터 나눠줬다.

    특히 학교에서는 전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드라이브 스루 경로를 미리 안내했다. 정문을 통해 교직원 주차장 건물을 돌아 다시 정문으로 내려오는 길에 시험지와 OMR 카드 수령 장소를 마련해놓는 식이다.

    3월 학평 시험지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의 앞유리에는 ‘3과’(3학년 자연계열) ‘3사’(3학년 인문계열)가 적힌 인쇄종이가 붙었다. 학생들이 응시하는 계열별 시험지가 신속하게 배부될 수 있도록 교감이 낸 아이디어를 반영한 것이다.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 정문 주변에서 교사들이 3월 학평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 /김종연 기자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 정문 주변에서 교사들이 3월 학평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 /김종연 기자
    걸어서 시험지를 받는 워킹 스루 수령 장소는 학생·학부모가 상대적으로 덜 붐볐다. 정문과 후문에 각각 시험지 수령 장소를 분산했기 때문이다. 도로 횡단을 비롯한 안전문제를 고려해 수령 장소까지 동선도 간단하게 했다.

    코로나19를 대비하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정문과 후문에 들어서면 보건교사를 비롯한 학교 교사들이 직접 체온을 측정했다. 이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줬다. 발열증상이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바로 시험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낯선 상황에 몇몇 학생들은 쭈뼛거리며 시험지를 받았다. 시험지를 배부하던 교사들은 학생 한명 한명에게 “시험을 잘 보라”며 손을 흔들었다. 이날 한 학생은 오랜만에 보는 교사와 포옹 대신 짧은 주먹인사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안전지도를 하던 한 교사는 “이렇게 시험을 치러야 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우면서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더라”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아이들이 등교해 시험을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고에서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 등을 통해 시험지를 수령한 학생은 총 499명이다. 전교생 1157명 중 43%가 이를 택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집에서 시간표에 맞춰 시험지 파일을 다운로드해 풀기로 했다.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 정문에서 보건 교사가 3월 학평 시험지를 받으려는 학생의 체온을 재고 있다. /김종연 기자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 정문에서 보건 교사가 3월 학평 시험지를 받으려는 학생의 체온을 재고 있다. /김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