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학평보라’ 방역 무시하는 사교육업체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23 11:06

-교육당국, 감염병 우려로 학평 24일 원격 시행
-사교육업체, 현장시험 강조하며 관리상품 내놔
-정규 학교교육 시간 침해 등 현행법 위반 소지
-코로나19 대책 무시한 처사에 학생·학부모 빈축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업체들이 고1~3학년 대상 오는 24일 치를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학원에서 응시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다. 

    23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에 따르면 일부 사교육업체는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학원에서 관리감독하겠다’며 학평 문제지 또는 출력본을 학원에 나와 단체로 시험에 응시하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재택시험보다 현장시험이 중요하다며 인터넷 블로그와 학부모 커뮤니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단체 응시 학생을 사전 모집하는 광고도 냈다. 

    앞서 20일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이 학교에 나와 학평을 치를 때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다며 원격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고교는 학평을 실시하는 24일 당일 아침 희망자에 한해 학교에서 시험지를 배부받아 자택에서 원격으로 시험을 치른다. 이 밖에도 각 교시 직후 온라인으로 출제지를 내려받아 시험을 치를 수도 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라 중요성이 크지만 학생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사걱세는 “일부 사교육업체의 영업 행위는 감염 확산 예방과 학생 안전을 위해 원격시험을 치르게 한 교육당국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걱세는 “실제 시험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학원에서 현장 응시를 권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응시생 모집을 위해 지난해 수능 만점자를 섭외해 현장에서 함께 학평을 치른다는 점을 전면에 광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걱세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사교육업체 가운데 일부는 실제 수용 가능 인원을 일찌감치 채워 사전 예약을 마감하고 대기 인원을 신청받고 있다. 

    사교육업체의 도를 넘는 마케팅에 학생·학부모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학생·학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부 사교육업체의 광고글에 대해 ‘이렇게 해도 되냐’ ‘그걸 왜 에서 보느냐’ ‘현장에서 학평을 안 보는 이유를 생각하면 가 굳이 그걸(현장 응시를) 할 이유가 없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도 줄을 잇고 있다. 

    실제 학원 응시가 이뤄진다면 교육당국의 지침을 어기는 셈이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원격으로 학평을 치르는 학생의 정식 출석을 인정하기로 했다. 학원이 학교를 대신해 학생을 대상으로 학평을 실시한다면, 정규 학교교육 시간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사걱세는 “이 같은 행위는 온라인 학교수업 체제를 위협하고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시도를 훼손하는 것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일부 사교육 업체가 교습비를 받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원이 자체 제작하거나 프린트해 실시하는 시험은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모의고사비 항목으로 비용을 부가 징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학평은 학생이 직접 학교에서 문제지를 가져오거나, 무료배포된 온라인상의 문제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시험운영 비용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 사교육업체가 최대 5만원에 달하는 별도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사걱세는 “교육부는 24일 서울교육청의 원격 학평이 학생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사교육에 유입되는 기회로 악용되지 않도록 학평을 현장 실시하는 사교육업체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사교육업체의 동향을 인지하고 있으나 현재로썬 원격 학평을 원활히 시행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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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