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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또다시 9월 학기제 도입을 주장했다. 9월 학기제를 도입하려면 인위적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한데 코로나19가 이를 대신해준 셈이니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학사일정 조정 등 기술적인 문제를 덜었다는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9월 학기제를 우리가 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공감하기 어렵다.이 교육감은 지난 3월부터 줄기차게 9월 학기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9월 학기제는 학기 시작일을 현행 3월에서 9월로 옮기고, 이에 따라 학사일정을 조정해 긴 여름방학과 짧은 겨울방학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긴 여름방학을 자기계발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짧은 봄방학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해외 대부분 국가와 학기 시작일을 맞춰 학생과 교원 등 교육인력의 교류도 쉽다는 이점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30여년간 9월 학기제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져 숙성단계라는 점도 강조한다.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20~30년간 논의하고도 실현하지 못한 9월 학기제를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도입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는 아닐까. 수년간 교육계를 이끌어온 이 교육감의 주장치고는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우선 인위적인 학사일정 조정부터 살펴보자. 9월 학기제의 요체는 학기 시작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당기는’ 데 있다. 만 7세인 국내 취학연령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6개월~1년가량 늦다. 원안대로의 9월 학기제는 학기 시작일을 9월로 당기고, 이에 따라 취학연령도 낮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 이 교육감이 주장하는 것처럼 학사일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9월 학기제를 도입하면 취학연령은 만 8세로 더 높아진다.취학연령을 더 늦추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 또한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연령은 30대를 넘겼다. 덩달아 결혼과 출산 등 사회활동의 평균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청년인구가 줄고 생산활동이 위축됐다는 진단이 쏟아지는데 사회생활 기간마저 단축하는 9월 학기제 도입이 합리적인 선택일지 의심스럽다.문제는 또 있다. 9월 학기제의 기대효과가 실제로 발현될지도 미지수다. 우선 인적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란 주장은 허구다. 이미 아주 많다. 9월 학기제를 도입하지 않은 지금도 16만165명(2019년) 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을 찾고 있다. 반대로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유학생도 약 20만명에 달한다. 대학·대학원 재학생이 13만 1518명, 어학연수·교환학생 등이 8만1482명이다. 도리어 최근엔 해외 학위에 대한 국내 수요가 줄어들어 내국인 유학생 수가 주춤하는 추세다. 해외 교류가 학기의 시작 시기에 좌우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이 교육감은 또 고3이 연이은 개학 연기로 수업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9월 학기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역시 설득력이 없다. 이미 시험을 1차례 치른 학생에게 재시험을 허용하는 순간 불평등은 전제된 셈이다. 한날한시에 수학능력을 검증한다는 수능의 기본원리상 이런 세세한 불평등을 감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올해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은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수시모집에 지원하지 못하는 재수생이 불평등한 셈 아닐까.현 시점에서 논의하는 9월 학기제는 취학연령 인하라는 애초의 취지와도 어긋나고, 교육행정적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9월 학기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할 뿐이다. 경기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학교와 학생이 몰린 지역이다. 9월 학기제가 이 교육감의 숙원사업일지는 모르겠으나, 비현실적인 논쟁을 피하고 원격수업으로 힘겨워하는 코앞의 학교와 학생을 돌보는 것이 교육계 원로이자 교육청 수장의 역할일 것이다.
[조선에듀 오피니언] 실효성 없는 9월 학기제 주장은 중단해야
-이재정 경기교육감 연일 9월 학기제 띄우기
-지금 도입 시 취학연령 6개월 이상 높아져
-내·외국인 유학 규모 약 36만명으로 높은 편
-비현실적 논쟁 피하고 원격수업 현장 돌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