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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발표 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를 운영하는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지난해 한 학기 운영한 ‘IB 후보학교’ 교사 10명 중 6명은 수업과 평가 혁신을 위해 IB형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현장 안착 지원 방안 연구’를 수행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연구책임자)은 관내 IB 후보학교 2곳과 관심학교 7곳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IB 후보·관심학교 교사들 “평가 체제 혁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IB 후보학교 교사들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평가 체제 혁신의 필요성에 매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에 평균 4.57점 수준이다. 이들은 수업과 평가 혁신을 위해 대구교육이 궁극적으로 IB형 교육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평균 3.69점으로, 긍정응답의 비율은 60%다.
IB 수업을 실제로 운영해본 적은 없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 ‘IB 관심학교’ 교사들 역시 평가 체제 혁신의 필요성에 매우 공감했다. 평균 4.45점 수준이다. 수업과 평가 혁신을 위한 IB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은 IB 후보학교 교사들보다도 높았다. 평균 3.98점으로, 긍정응답은 74.2%에 달했다.
교사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실제 IB 교육 도입 이후 학교 현장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IB 수업을 운영해본 후보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교육과정 구성과 운영에 대한 자율성’ ‘평가에 대한 자율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수업을 경험한 77%의 IB 후보학교 학생들은 학교를 자랑스러워 했으며, 72%의 학생들은 토론과 수업이 재미있다고 했다. IB 후보학교와 관심학교 학부모들 역시 ‘내 아이가 IB 학교에 다니길 바란다’는 문항에 대해 80.4%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후보학교 교사 64% “한국형 바칼로레아 체제 구축해야”
IB 후보학교 교사들 중 57%는 ‘다른 교사들에게 IB 학교 근무를 추천하고 싶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IB 학교에 머물기를 원하는 교사들은 절반에 가까운 47.6%로 나타났다. 21.4%의 교사들은 IB 연수를 받고 나서 국내 일반 학교에 적용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IB 프로그램보다 일반 학교 프로그램이 더 잘 맞는다고 응답한 교사들(21.4%)도 있었다.
더욱이 절반 이상의 IB 후보학교 교사들(64%)은 궁극적으로 IB를 참조해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대학입시를 ‘한국형 바칼로레아’(KB) 체제로 구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전체 응답자 중 74%가 IB 연수를 받더라도 IB 정식 인증학교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IB 방식의 수업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IB 교육이 단순히 교사만 바뀐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학교 체제까지 바뀌어야만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교사 행정업무 부담 경감, 입시 불안감 해소는 과제
실제로 IB 후보학교와 관심학교 교사들은 IB 형 교육을 비롯한 평가 체계 혁신에 앞서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사가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 부담으로 인한 시간 부족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학생에게서 크게 작용하고 있는 입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 결과, 중학교(4.42점)와 고등학교 교사(4.59점)들은 초등학교 교사(3.96점)보다 ‘수능에 대비해야 하는 현실’을 평가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다. IB 수업을 경험한 자녀의 학부모들 역시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보다 현행 대입에서 IB 교육이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욱 강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불안감은 IB 교육이 지금 당장은 좋다 하더라도 학생이 나중에 다시 한국 공교육 입시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구에서 IB를 시작한 만큼 지역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부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전형 등을 통해 대입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준다면 향후 IB가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대구와 제주교육청은 IB를 주관하는 IBO와 협력각서(MOC)를 체결하고, 한국어로 된 IB를 공교육에 도입하기로 했다. 오는 2023년 11월에는 우리나라의 수능 격인 첫 외부시험이 치러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대구와 제주 교육청은 IB 후보학교를 중심으로 국내 교육현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IB 시범운영한 후보학교 교사 “평가체제 혁신 필요”
-IB 후보학교·관심학교 대상 설문조사 실시
-후보학교 학생 72% “토론과 수업 재밌어”
-학부모 80% “내 아이 IB 학교 다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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