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학부모 “사회성 퇴행 우려 … 대면수업 필요해”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4.09 11:03

-8일 서울맹학교 비공개 현장 간담회 학부모 의견
-박백범 교육부차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답변

  • 8일 서울맹학교 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 기자
    ▲ 8일 서울맹학교 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 기자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학부모가 온라인 개학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부모는 원격수업만으로는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주입식 교육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자녀의 교육을 오롯이 학부모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8일 교육부가 특수학교 원격수업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 비공개 현장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백범 교육부차관을 비롯한 교육부 관계자와 서울맹학교 관계자,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일부 학부모는 가정돌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장애학생의 학습역량이 퇴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 학부모는 “집에만 있다 보니 조금씩 퇴행하는 부분이 보여서 염려된다”며 “재활센터도 모두 문을 닫아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B학부모도 “지금까지 어렵게 올려놓은 사회성과 학습역량 등이 다시 뒤로 퇴행할까 걱정된다”며 “대면수업을 원한다”고 했다. 

    장애학생은 장애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학습해야 함에도 원격수업은 이 같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C학부모는 “시각장애 학생에게 자막이나 점자, 수어를 통해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형식에 불과한 것”이라며 “각자 장애 특성에 맞게 개별화 교육계획을 세우고 교육현장에서 교감하며 수업의 내용과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하는데 원격수업은 일방적 정보전달 주입식 교육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표준화한 원격수업만으로 진행하는 것은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결국 장애학생 교육 책임을 오롯이 학부모가 지게 된다는 비판이다. C학부모는 “원격수업은 학교가 콘텐츠만 제공할 뿐 자녀 교육은 부모의 숙제가 된다”며 “장애학생 당사자는 물론 부모의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EBS온라인클래스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D학부모는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 개선이 시급하다”며 “교육부가 꼭 접근성 문제를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BS온라인클래스를 비롯한 일부 원격수업 콘텐츠는 센스리더(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화면낭독 프로그램) 없이는 접근이 어렵고, 그림 설명 등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는 대면수업을 대신할 방문교육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격수업이 어려운 교과와 장애학생을 요일과 시간에 따라 나눠서 교사가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을 통해 개별수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박 차관은 현장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년과 나이, 장애특성에 따라 맞춤형 수업이 필요하다는 지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퇴행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면수업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