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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제 바칼로레아(IB)가 국내 공교육에 처음 도입된다. 도입을 주도한 대구와 제주도교육청은 새로운 교육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타 시도교육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던 서울 등 일부 지역 교육청도 발을 빼면서, 자칫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가 주관하는 토론과 논·서술형 중심 교육과정이다. 현재 전 세계 153개국에서 5000여개 학교가 IB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IB가 ‘집어넣는 교육’이 아닌 ‘꺼내는 교육’으로서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구와 제주교육청은 내년 각각 9곳, 1곳의 IB 후보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대구교육청은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을 열고 IB 교육과정의 필요성과 이후 변화를 논의했다. 이날 교육부와 경남·경북·서울·제주·충북교육청 관계자 70여명이 행사장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서울, 경북, 경남, 충북 등 4곳은 수업·평가 혁신의 대안으로 IB 교육과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교육계가 IB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전 과목에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있으며, 공정한 평가 체계를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 현장에선 미래 사회 역량을 기르기 위해 객관식 위주의 결과 중심 평가를 논·서술형 위주의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행한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위한 평가체제 혁신 방안 : IB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초중고 교사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가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4.84점으로 대다수가 공감했다. 또한, 수업·평가 혁신을 위해 IB 형 교육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대구·제주교육청과 달리 다른 교육청은 IB 도입에서 발을 빼고 있다. 경남·세종·충북교육청은 현재 IB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현재 IB에 대해 관심은 갖고 있지만, 도입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업무는 없다”며 “교육청 내에서 이를 담당하는 TF나 장학사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각 교육청이 IB 도입에 미온적인 이유는 현장의 반발 때문이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IB 시범학교에 대한 특혜, 서구 중심 사관을 반영한 교육, 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의 이유를 내세워 공교육 내 IB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교사들은 평가권한을 뺏길 것이란 우려도 드러냈다. IBO가 전적으로 관리하는 내·외부평가 시스템에 편입되면 현장 교사들의 평가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도 걸림돌이다. IB 교육과정을 대학입시에 어떻게 반영할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청은 IB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보다 기존 교육과정에 IB 장점을 접목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한다. 경북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최근 IB 후보학교인 충남삼성고를 방문해 운영경과를 살피고 국제학교 교사를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다”며 “수업나눔단이나 수석교사가 기존 자료를 분석하거나 교육 현장을 방문해 자체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수업·평가를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전문가는 현재 IB 도입 논의가 정책 추진 단계상 공감형성기인 만큼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석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IB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의 본질을 찾아가는 노력이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학생 참여중심 수업 등을 통합하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공교육 IB 첫 도입… 타 시도교육청은 ‘글쎄’
-16일 포럼에 교육부·교육청 관계자 70여명 참석해
-전문가 “공감형성기… 현장과의 소통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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