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시 확대” 시정연설 … 교육부 “엇박자 아니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0.22 14:40

-文대통령 “대입 정시 비중 상향 포함한 대입 개편안 마련”
-정시 확대보다 학종 개선 우선한 유 부총리 발언과 배치
-조승래 의원 “법제화·권고안 등 정시 확대 방법 염두에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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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정시모집 확대를 강조했다. 내달 교육부의 입시제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 이목을 끈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가운데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2일 문 대통령은 국회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게 교육 불평등”이라며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문 대통령 발언 직후 입장문을 내고 앞서 당정청에서 논의해온 내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학종 실태조사 등을 받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대한 정시 비율 상향을 지적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성신 교육부 대변인은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이 낮고, 학종 비율이 높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당정청에서 논의해 왔다”며 “그 결과를 시정연설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시 확대는 일률적으로 전체 대학의 비율을 40% 또는 50%로 올리라는 게 아니라 서울 시내 주요대학의 정시 비율을 (권고안에 맞춰) 높이자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그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공식석상에서 했던 발언과 배치된다. 유 부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인식 때문에 높아지는 것”이라며 “학종 공정성을 제고하는 데 먼저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도 유 부총리는 교육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학종 공정성 제고를 우선하고, 정시 확대는 2022학년도 정시 비율 30% 권고 이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 대변인은 이에 대해 “기존 2022학년도 정시 확대 권고안은 30%까지만 정시 비율을 확대하라는 게 아니라 3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것”이라며 “그간 교육부에서 협의했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진화에 나선 것과 달리 실제 당정청에선 정시 확대를 활발하게 논의해온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지금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했는데 학종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민과 당내에서 많았다”며 “신뢰회복 측면에서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맺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종을 나쁜 제도라고 단언할 순 없으나 적용 과정에서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이 드러난 게 사실”이라며 “정시 확대를 법제화할지, 권고할지, 혹은 전형요소를 정비해 대학의 자발적인 개편을 유도할지 방법론을 숙의해 다음 달 개편안에 담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교육계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유 부총리가 수차례 학종 개선을 우선한다고 밝혀왔는데 갑자기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강조해 혼란스럽다”며 “학종의 교육적인 효과 등을 등한시한 채 여론에 떠밀리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은 “기존 2022학년도 권고안을 적용하라는 의도라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며 “그게 아니라 권고안을 뛰어넘는 수준의 정시 확대를 강조한 것이라면 주무부처를 제쳐놓고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방식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세상)은 정시 확대는 교육의 특권 대물림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사교육세상은 논평을 통해 “정시 확대로 수혜를 입는 계층이 누구인가를 직시해야 한다”며 “고소득층일수록 정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통계나 논문을 통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시를 확대할 때 문재인정부의 공교육 혁신과제인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현장에 안착할지 우려된다”며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 어려워 결국 고교학점제는 시행 전부터 난맥에 부딪히게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