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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를 정말로 도입하는 게 맞나요?”
지난달까지 교육부가 주최한 ‘고교학점제 정책공감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기부터 교육분야 핵심과제로 고교학점제를 강조해왔지만, 취임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세부 추진방안을 내놓지 않아서다. 지난해 8월 교육부 발표를 통해 내년부터 마이스터고에 고교학점제를 우선 적용하고, 2022년 일반고에 부분 도입, 2025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게 전부다.
고교학점제의 밑그림 구상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교육 현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일반고와 자율고교 교사 1460명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도입에 매우 반대 또는 반대하는 비율(36.1%)이 찬성 또는 매우 찬성하는 비율(25.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최근 자율형사립고 폐지 등 고교체제 개편에 따른 일반고 육성방안의 핵심 대책으로 고교학점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설익은 고교학점제 정책이 교육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여러 혼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와 향후 과제에 대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토론회만 연달아 개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부는 ‘고교학점제 정책포럼’을 다섯 차례 열었다. 최근에는 그 빈도 수가 늘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고교학점제 정책공감콘서트를 네 차례나 진행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달부터 내달까지 세 차례 고교학점제 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들 토론회의 형식과 내용, 패널은 매번 유사하다. 일반계고 교사나 대학교수, 전문 연구원이 나서서 미래사회에서 고교학점제의 필요성과 ▲교육과정 ▲평가 ▲졸업제도 ▲교원 ▲시설 ▲학교문화 등 고교 교육과정 전반의 개선을 강조하는 식이다. 각 지역교육청에서 개최하는 고교학점제 토론회도 이와 비슷하다.
토론회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가 고교학점제 정책에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실질적인 논의는 고교학점제 중앙추진단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난 5월 말 열린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연구진 합동 토론회’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쟁점과 앞으로의 연구방향이 논의됐다. 핵심 사안인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의 연계방안은 쏙 빠졌다. 앞서 개최된 수많은 토론회에서부터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 이후 대입제도는 어떻게 개편할 것이냐”고 묻고, 전문가들도 “고교학점제는 반드시 대입 제도와 맞물려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목소리에도 정부는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 연계방안에 관한 자세한 논의를 미루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은 뒤늦게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대입전형 연계방안’ 연구자 공모에 나섰다. 고교 진학 이전부터 대입을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시기를 다음 정부로 넘기면서 아예 추진 의지를 잃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토론회에서 한 대학교수는 “정권교체 이후에 고교학점제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판단에서 ‘무엇을 해보자’는 기류가 약해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부는 고교학점제 중앙추진단을 통해 도입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에 도입될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세부방안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부의 입장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앞으로 고교학점제 정책연구진 합동토론회는 두 번 더 예정돼 있다. 정책 연구 결과는 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고교학점제 정책포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고 싶다면 추후 발표할 ‘2020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조선에듀 오피니언] 앵무새식 고교학점제 토론회…정책 추진 의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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