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취소 청문 곳곳에서 파열음 … 해운대고 “청문 불참”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7.08 17:17

-해운대고 “재지정 평가 비공개 … 청문 응하기 어려워”
-부산교육청 “학교, 서면제출 지표 보유해 청문 가능”
-경기 안산동산고·전주 상산고 등 2시부터 릴레이 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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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청문이 마찰을 빚고 있다. 8일 열린 부산 해운대고 청문은 학교 관계자들이 거부하고 퇴장해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부산교육청은 학교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추가 청문을 실시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교육부 동의 절차를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운대고 측은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8일 오전 열린 부산 해운대고 청문은 학교 측의 퇴장으로 반쪽짜리 청문으로 진행됐다. 해운대고 법인과 학교 측은 청문 개최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 재지정 평가 세부지표가 공개되지 않아 청문 진행이 어렵다며 세부지표 공개와 청문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청문 불참을 통보하고 자리를 이탈했다.

    해운대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부산교육청이 이번 평가에서 평가 세부지표에 대한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세부지표에 대한 점수도 모른 채 청문에 임할 수 없어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청문을 진행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산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결과를 학교 측에 공개하지 않았다. 학교현장의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란 설명이다. 학교 측이 확인한 것은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확보한 ▲학교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청 재량지표 등 6개 영역에 대한 총점뿐이다. 이마저도 하위 12개 항목과 31개 세부지표에 대한 점수를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교육청 측은 결과 발표 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청문에 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평가지표 관련한 점수공개에 대한 규정은 교육청의 재량”이라며 “평가 당시 서면제출한 지표를 학교가 갖고 있기 때문에 점수를 몰라 소명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양측은 또 해운대고가 점수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한 시점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렸다. 교육청 측은 정보공개 요청은 청문 실시 7일 전에 해야 한다며 당일 정보공개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은 “관련 법률에 따르면, 교육청은 청문이 진행되는 동안 정보공개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해운대고 측은 앞서 일주일 전에도 정보공개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은 “지난 2일 해운대고 평가 점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부산교육청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본지 확인 결과 부산교육청 확인 결과 2일 해운대고 평가 점수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부산교육청 측은 “해당 요청은 개인명의로 접수된 요청이라 해운대고 측의 청문 관련 요청이라는 근거가 없고, 관련 법률에 따르면 요청을 받은 뒤 2주간의 처리기한이 있어 내부 논의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운대고 측이 청문에 불참하면서 이날 청문은 교육청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부산교육청은 청문 결과를 정리해 해운대고 등 청문 당사자의 열람을 거쳐 빠르면 이번 주 내로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청문 불참을 선언한 해운대고 비대위는 우선 교육부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원장은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하면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그에 앞서 해운대고 지정 취소의 절차적 부당성을 꾸준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기 안산동산고와 전북 전주 상산고에 대한 지정 취소 관련 청문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당초 4시까지 예정됐던 청문은 예정시각을 지나서까지 치열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평가에서 가장 많은 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9일 앞두고 있다. 경희고와 동성고를 비롯해 배제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하나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