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이어 불수능까지… '실속형 학과'서 부담 줄인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1.26 09:57
  • # 유환지(가명·18)양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을 하고 나서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요 과목 모두 '불수능' 여파로 수시 전형에 지원한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시행된 논술고사에 사활을 걸었지만, 체감 난도가 높아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더욱이 가정형편상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학비를 벌고 취업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 대입전략을 짜기가 만만치 않다.

    올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데 이어 이후 시행된 대학별고사마저 어렵다고 평가되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업률과 등록금 지원이 보장된 학과를 노려보는 것도 입시 전략 중 하나"라고 조언한다. 조만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경기 판곡고)는 "매년 등록금 부담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다. 이에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보장하는 학과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정부 지원 '신설학과'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5개 대학 17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신입생 모집

    실제로 교육 당국은 올해 5개 대학 17개 '실속형 학과'의 첫 신입생 모집을 지원하는 데 나섰다. 첫해에는 총 540명을 선발한다

    이 같은 학과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라 불린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기존 '계약학과'의 문제점을 보완해 만들어졌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어 학생이 기업에서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앞서 정부는 2003년 입학과 취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목적으로 특별 교육과정인 계약학과를 도입했다.

    그러나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이들이 야간이나 주말에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꾸준히 나왔다.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이 교육을 받는다는 이유를 들며 눈치를 주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계약학과의 중도탈락률이 높아졌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국장은 "학생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기업에 채용된다는 점은 기존의 계약학과와 동일하다"면서도 "1년은 정규 교육과정을, 2·3학년 때는 중소기업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고 조기(早朝)에 사회에 투입되는 방식이 계약학과와는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교육 당국은 한 대학당 연간 16억원씩 총 80억원을 지원한다.

    ◇예비대학서 원하는 기업과 '잡매칭…''3년 6학기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6학기제(3년)로 운영된다. 1학년 때는 학비 전액을 희망사다리(국가장학금)를 통해 지원받으며 2·3학년 때는 학비의 절반만 부담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정규학기 시작 전에 진행되는 예비대학이라는 프로그램도 기존 계약학과와 다르다. 예비대학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학생들이 3년 안에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기업에 정식으로 입사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학생들은 예비대학에서 60시간 내외의 기초교양 과정 등을 이수하게 된다.

    최정훈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 발전협의회장(한국산업기술대학교)은 "예비대학의 가장 핵심은 잡매칭이다. 예비대학 과정 동안 학생들은 마음에 둔 기업을 살펴보고 지원할 수 있다"며 "잡매칭이 이뤄진 학생은 기업에 1년 휴직 신청서를 내고 해당 대학에서 공부한다. 이외에도 예비대학에서 ▲학과전공 소개 ▲참여기업 소개 ▲참여기업 탐방 ▲기초소양교육 등을 통해 학교와 기업에 대한 사전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학생들은 신입생으로서 다른 재학생들과 교양수업, 전공기초 수업 등 60학점의 집중기본교육을 받게 된다. 2학년부터는 직접 기업 실무 현장에서 주간에는 회사 정직원으로 인정받아 급여를 받으며 근무를 한다. 야간에는 기업체와 가까운 산업단지 캠퍼스 등에서 현장 실무교육, 연구 능력 배양 심화교육을 이수하며 학점을 취득한다.

    ◇수능 성적 미반영…면접·학생부 필수, 특별전형으로 응시 횟수 제한 없어

    물론 짧은 기간 안에 정규학위과정을 이수한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이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 부총장은 "다른 재학생들보다 짧은 기간 안에 같은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을 활용한다"며 "또한 5개 대학이 각기 운영하는 창의융합교육센터를 활용해 실습 위주 교육을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모집 분야는 다양하다. 조 교사는 "이전에는 '계약학과'라 하면 국방 및 안보 등 특정 분야만 두드러졌는데, 이제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들은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제대로 알아보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 처음으로 선정된 5개 대학 17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이번 달부터 내년 2월까지 특별전형 원서접수를 통해 첫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험생들은 응시 횟수 제한 없이 지원 가능하다. 모든 학과는 수능성적을 반영하지 않으며 면접은 필수로 본다. 한양대 에리카는 예비대학에서 면접 평가가 이뤄진다. 학교생활기록부는 대학마다 반영 방식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