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개편 ‘공론화 실패 사례’로 기록되나…‘정시 확대·절대평가 단계적 확대’ 가닥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8.03 15:30

-공론화위, “학종 확대에 제동 걸어… 정시 45% 이상은 과도해” 분석 내놔
-김영란 위원장 “다수 의견 나올 상황이면 공론화까지 하지 않았을 것”

  • 지난 5월 16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교육부 제공
    ▲ 지난 5월 16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교육부 제공

    지난 4개월 동안 대입제도 개편 시민참여단의 공론화가 진행됐지만, 네 가지 시나리오 중 뚜렷한 안을 결정하지 못한 채 ‘함의(含意)’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당초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안을 '다수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도출하지 못해 정책적으로 참고할 부분만 정리한 것이다. 이에 공론화 이전부터 제기됐던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등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결론을 도출해 공론화 실패 사례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발표했다. 이번 공론화 결과는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시민참여단이 숙의 과정에 참여해 학습과 토론을 거치며 세 차례 설문조사에 응답한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됐다. 앞서 지난 5월 31일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범위로 3가지 쟁점을 발표했으며, 공론화위는 이를 바탕으로 4가지 의제를 선정해 공론화 과정을 추진했다.

    ◇ 현행보다 정시 확대 가능성 커져…“45% 이상은 과도해”

    공론화위는 대입개편 공론화 4가지 의제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지지도 조사 결과에서 1안과 2안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나, 양자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절대다수가 지지한 안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지도 조사는 4가지 의제에 대한 5점 리커트 척도 조사로 이뤄졌으며 1안은 3.40점, 2안은 3.27점을 기록했다. 지지 비율 비교에서도 1안이 52.5%, 2안이 48.1%로 점수 환산 결과와 마찬가지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수능위주전형과 학생부위주전형의 비율에 관한 공론조사 결과에서는 수능위주전형이 현행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학년도 수능위주전형의 비율은 20.7%인데, 수능위주전형의 적정 비율로 20% 이상을 선택한 시민참여단의 의견은 82.7%에 달했다. 다만, 공론화위는 의제 1안에 제시된 것처럼 수능위주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동섭 공론화위 대변인은 “시민참여단은 정시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45% 이상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며 “이는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에서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내놓은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유사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2019학년도 학종 비율은 37%로, 시민참여단이 생각하는 학종의 적정 비율은 30% 미만 의견이 36%, 40% 이상 의견이 35.3%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대변인은 “시민참여단이 학생부종합전형이 더는 확대돼선 안된다고 제동을 건 것”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능 절대평가 과목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상대평가 과목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시민참여단 중 ‘전 과목 절대평가’와 ‘절대평가 과목 확대’를 선택한 비율은 53.7%였으며, ‘전 과목 상대평가’와 ‘상대평가 과목 확대’를 선택한 비율은 34.8%였다. 그러나 현행(영어ㆍ한국사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 상대평가 시행) 유지를 주장한 비율이 11.5%에 달해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수능 평가방법 중 절대평가 과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일단 유보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 공론화 조사 결과 ‘함의’ 강조…“다수 의견 내면 더 혼란스러울 것”

    공론화위는 시민참여형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결과가 가지는 ‘함의’를 강조했다. 김영란 공론화위 위원장은 “시민참여단은 그간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단점에 대한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정책 당국과 교육전문가들을 질타하고 단점 보완을 분명하게 요구한 것”이라며 “이는 단점에 대해 납득할만한 대안을 전문가들이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특정한 의제가 채택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상당수의 시민참여단은 중장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과목의 확대를 지지했지만 2022학년도 대입개편에서 전 과목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교육전문가들과 정책 당국은 절대평가의 변별력 문제 등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론화 과정이 공론화 실패 사례로 꼽히는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다수 의견이 확연히 나올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공론화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공론화 과정에 개입해가며 다수의 의견을 이끌어냈다면 지금 더 큰 혼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 3일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한동섭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이 '2022 대입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3일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한동섭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이 '2022 대입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다음은 공론화위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지선다형이 아니고 각각 의제에 대한 지지도를 평가하도록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평가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통계적 유의성 검정방법을 사용했다. 흔히 선거에서 사용하는 오차범위를 감안해서 평가하는 방식과 개념적으로 유사한 방식이다. 1위를 차지한 의제 1안의 지지비율이 약 52%, 2위를 차지한 2안이 약 48%였는데 각각 의제에 대한 지지도를 묻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 공론화 조사 결과에 함의가 잘 반영됐고, 이러한 함의가 국가교육회의에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유의미한 결과임을 판단할 수 있는 오차범위는 얼마인가.
    “어떤 의제를 두고 비교하느냐에 따라 오차범위가 달라진다. 의제 1안과 2안을 비교할 때에는 평점 기준으로는 약 0.23점 이상 차이가 나야 하며, 지지율 기준으로는 약 7.8%포인트 정도 차이가 나야 했다.”

    -시민참여단이 1안과 2안을 명확하게 구분 지어 지지도를 표시했는가.
    “절대다수가 1안과 2안 중 한 가지 안을 선택해 지지했다. 1안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시민은 2안을 지지하지 않는 쪽으로 응답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1안과 2안에 대해 모두 높은 지지도를 준 소수의 시민도 있다.”

    -1안과 2안이 서로 완전히 다른 안인데,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함께 현행보다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는데, 의제 선택 결과와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수치를 잘 살펴봐야 한다. 1안이 정시를 45% 이상 하자는 안이다. 그러나 시민참여단이 정시를 늘렸으면 좋겠는데 45%는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능위주전형 적정 비율에 대해 10% 미만, 10% 이상~20% 미만 등 구간을 나눠 선호비율을 따로 물었다. 그 이유는 뭔가.
    “4개 의제 가운데 수능위주전형의 적절한 비중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건 의제 1안뿐이다. 이 때문에 시민참여단이 실제 생각하는 세부기준을 따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중장기적으로 현행보다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53.7%이고, 현행 유지 혹은 현행보다 상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합하면 역시 50%에 가깝다. 이를 절대평가 과목 확대 의견이 절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가.
    “절대평가 과목 확대 혹은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요구가 상당하기 때문에 국민이 이 정도로 절대평가 확대를 원하고 있으면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 전환과 상대평가 유지에 대한 공론화 조사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가.
    “공론화 범위는 절대평가 전환과 상대평가 유지 두 가지다.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를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방향성을 보고자 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 확대 의견을 가진 시민참여단이 상당수이니 이를 적극적으로 연구해달라는 함의를 던진 것이다.”

    -이번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이 공론화 실패 사례로 꼽힐 수도 있겠다.
    “다수 의견이 확연히 나올 상황이었다면 공론화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을 무리하게 공론화 과정에 개입해가면서 다수의 의견을 이끌어냈다면 지금 더 큰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시민참여단의 생각이 여기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를 분석해야 그다음 단계의 답이 나온다. 그래서 굉장히 소름 돋는 느낌이었다. 어느 한 쪽으로 막 밀어붙이듯이 딱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인 걸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공론화라는 게 정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론화 의제에 대한 의견 추이를 살펴보면 연령대별로 의견 변화가 작은 집단이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설득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지지하는 의제가 많이 변했거나 적게 변했다로 숙의과정을 단정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얼마나 많은 분이 의견변화를 보였는지와 관련해서는 의미를 더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