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범위③]대입 개편 ‘폭탄 돌리기’에 전문가ㆍ시민단체 ‘우려’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5.31 17:19

-교육부 이송안 주요 쟁점과 달라져
-나머지 세부 사항은 교육부 권고사항 또는 논의사항으로 돌아가

  • 지난 17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 현장 모습. 31일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는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공론화 범위를 결정해 발표했다. / 조선일보 DB
    ▲ 지난 17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 현장 모습. 31일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는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공론화 범위를 결정해 발표했다. / 조선일보 DB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결정한 가운데, 이를 두고 교육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앞으로 공론화 과정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가교육회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로 ▲학생부위주 전형과 수능위주 전형 간 비율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 방법 등 3가지 사항을 포함했다고 31일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수시와 정시 통합 여부 등 선발 시기 문제, 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은 공론화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권고사항으로 분류했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전형의 안정성을 위해 현행처럼 수시와 정시를 분리하는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은 공정성ㆍ신뢰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고 교육부에 권했다. 나머지 세부 사항인 수능 과목 구조, 지필고사 축소폐지, 수능 EBS 연계율 개선 등은 기술적ㆍ전문적 성격 등을 고려해 추후 교육부에서 논의해 결정하도록 되돌려 보냈다.

    앞서 지난달 11일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비율, 수시와 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 방법 등에 관한 주요 쟁점을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하며 국가교육회의에서 숙의, 공론화를 거쳐 반드시 결정하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추가 논의사항에 대해서도 국가교육회의에서 필요할 경우 결정하거나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공론화 범위에서 수시와 정시 통합 여부는 권고사항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를 제외한 대다수 세부 사항은 별다른 소득 없이 그대로 교육부에 맡겼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교육전문가와 각종 시민단체 등은 다양한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앞으로의 공론화 과정이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우려를 제기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절대평가 혹은 상대평가와 같은 수능 평가방법은 과목 구조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쟁점”이라며 “수능 과목 구조에 대한 국민 여론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논외로 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부에서 주요 쟁점 3가지, 세부 쟁점 7가지를 포함해 총 10가지를 국가교육회의에 넘겼는데, 이 중 주요 쟁점에서 2가지, 세부 쟁점에서 1가지만 공론화 범위에 포함하고 나머지를 교육부에 다시 넘겼다”며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쟁점을 나눠 논의하기로 하면서 국가교육회의가 만들 권고안과 교육부의 논의 결과가 잘 맞아떨어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지난해 논란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결과적으로 수능 평가방식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 남은 기간 내 지난해와 같은 패턴의 혼란이 지속할 위험이 크다”며 “또한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는 고교 간 학력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공론화 범위로 설정된 사안은 대입의 중요한 골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애초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사전 협의를 통해 사안별로 쟁점 포함 여부를 논의했다면 지금과 같이 시간을 허비하거나 혼란을 겪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일반 국민이 보기에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 초 최종안 도출을 앞두고 여전히 쟁점마다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정이 촉박해 결국 공론화 자체가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은 “수시와 정시 통합 여부 논의는 애초 고난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기에 어려운 사안이어서 권고사항으로 분류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면서도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사안을 고려했을 때, 공론화에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부족해 공론화 자체가 부실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고 있다. / 손현경 기자
    ▲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고 있다. / 손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