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에서 만나는 '나의 꿈' 직업체험을 떠나자"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기사입력 2012.10.16 11:31

-서울시교육청 주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다수의 중학생이 진로 계획 구체화
-상시 직업체험 프로그램 개설된 강서공고 사례를 통해 효과 확인

  • “넌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니?” 자녀의 태도가 못마땅할 때 학부모들이 흔히 하는 잔소리다. 생각 없이 던질 수 있는 말이지만 되돌아보면 더없이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학업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학생은 대부분 목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계에 진로상담 프로그램과 멘토링 콘서트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교육계 흐름에 발맞춰 지난 8일부터 ‘직업체험 주간’을 시행했다. 대상자는 관내 중학교 3년생. 지원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학교 지원 학과에서 실습 교육을 받고 진로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조선에듀케이션은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알아보기 위해 수 년간 직업체험을 시행해 온 특성화고 중 한 곳인 서울 강서공고를 찾았다.
  • <왼쪽>친환경건축과에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 모형을 만든 중학생들이 모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친환경에너지화학과에서 실습 수업을 한 중학생들이 제습제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 <왼쪽>친환경건축과에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 모형을 만든 중학생들이 모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친환경에너지화학과에서 실습 수업을 한 중학생들이 제습제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직업체험? ‘나만의 골’ 찾는 과정
    “골대가 안 보이는데 공 몰고 가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직업체험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골을 찾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김민용(52) 강서공고 교사는 인터뷰 내내 학습 동기 부여에서 적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했다.

    “중학교 평균 내신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학생은 설사 인문계 고교에 진학한다 해도 진로가 불투명합니다. 명문대 진학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적성 발견 기회를 잡지 못할 가능성도 높죠. 실제로 우리 학교 졸업생 중 입학 당시 내신 하위 65%였지만 적성에 맞는 학과로 진학, 학업에 자신감을 얻어 연세대학교에 합격한 사례도 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인 노승연(친환경건축과 3년)양은 인문계 고교에 입학했다가 강서공고로 전학 온 경우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과목을 좋아했어요. 별 생각 없이 고교에 진학한 후에야 인테리어 디자이너란 직업을 알게 됐죠. 이후 다시 진로를 탐색해 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의 수업은 실습 위주여서 공부하면서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요즘은 캐드(CAD, Computer Aided Design) 수업을 통해 건축물 구조를 배우고 있어요. 가구 제작 실습도 하고요. 수업이 대부분 실용적 내용이어서 건축물과의 조화를 잘 살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친환경건축과에서 재학중인 노승연(3년)양이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건축 도면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 친환경건축과에서 재학중인 노승연(3년)양이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건축 도면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별 기대 없이 왔다 적성 발견했죠”
    강서공고는 비단 직업체험 주간이 아니어도 수시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재학생은 언제든 전화 상담이나 인터넷 신청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직업 체험을 신청할 수 있다. (김 교사에 따르면 신청자가 한 명 이상만 되면 관련 프로그램이 개설된다.)

    직업체험 주간을 맞아 지난 10일 강서공고를 찾은 김재영(서울 양강중 3년)군은 당초 유(U-)정보통신과 체험에 지원했다가 실습 직전 개최된 특강을 듣고 마음을 바꿔 친환경건축과 체험에 지원했다. 모형 건축물 제작 실습에 참여하며 건축의 매력에 푹 빠진 김군은 “언젠가 반드시 내 손으로 설계한 집에서 살고 싶다”며 자신이 만든 모형 집을 자랑스레 들어 보였다.

    생활디자인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정범(서울 신남중 3년)군은 별 기대 없이 호기심만으로 지원했다가 덜컥 진로를 결정했다. “직업 체험이라기에 솔직히 ‘그림이나 그리고 말겠지’ 했어요. 그런데 부조 작품을 만들면서 제 적성에 딱 맞다고 생각했죠. 실습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좀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져 생활디자인과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에요.”

    이날 후배들의 직업체험 도우미를 자처한 조태용(친환경건축과 3년)군은 “나 역시 공부만 강요하는 학교 환경이 지겨워 특성화고에 지원했는데 다행히 여기 와서 내 길을 찾았다”며 “후배들도 나처럼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고교 생활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생활디자인과에서 실습한 학생들이 자신의 부조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생활디자인과에서 실습한 학생들이 자신의 부조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