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넘나들며 공통 주제를 엮어라… '생각의 틀'이 넓어진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사진=정정현 기자 rockart@chosun.com
정복남 기자 bnchung@chosun.com
기사입력 2010.10.28 03:06

'통합교과형 공부' 어떻게 하나

  • 요즘 자기주도학습과 함께 통합교과형 공부가 인기이다. 대입에서 여러 교과의 내용을 연계시키는 통합논술이 자주 출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는 인문계열 논술시험에서 실질 국내총생산과 자본, 노동, 총투입 생산성 간의 이론적 관계를 나타내는 그림을 제시하고, 김구의 '문화대국'과 관련하여 한국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대입뿐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통합교과형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통합교과형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통합교과형 공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지식의 사슬' 시리즈(웅진출판) 저자인 김정(서울대 강사·전 민사고 교사)씨, 안광복 중동고 교사, 손향구(동국대 강사)씨로부터 통합교과형 공부법을 들어봤다.

  • 일러스트=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 일러스트=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한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다른 과목과의 관련성 찾아봐야

    통합교과형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독서’이다. 세 사람 모두 “다양한 책을 읽고 이를 서로 연결해 나가는 힘이 통합교과형 공부로 이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는 “독서량이 적은 상태에서 통합교과형 공부를 하기는 어렵다. 중학교~고교 1학년까지 여유를 갖고 충분히 독서를 하되, 문학 70%, 사회과학서 20%, 사상서 10% 비율로 읽어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어실력과 독서력이 통합교과형 공부의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청소년에게 인기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책에서도 조선 후기의 시대상과 사상, 남녀 인식의 차이 등을 보고, 확장해 가며 공부할 수 있어요. 한 권의 책이 여러 분야의 지식을 낚는 그물이 되는 셈이죠.”

    통합교과형 공부를 하려면, 교과서나 책을 볼 때 같은 시대나 배경을 엮어가며 읽는다. 예를 들어 19세기 한국의 모습을 배웠다면, 같은 시기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세계사 속에서 살펴본다. 김정씨는 “16세기 신대륙의 발견부터 산업혁명, 자본주의,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세계사 흐름과 경제적인 논리까지 알아야 우리 역사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사와 세계사, 경제를 함께 보면 한국사만 공부했을 때는 얻을 수 없는 폭넓은 사고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제별로 공부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조선시대의 토지제도인 과전법에 대해 공부한다면,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토지제도와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야만 과전법의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 같은 시기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의 토지제도, 서양과 일본의 봉건제와 비교했을 때 조선시대의 역사적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다른 과목과의 관련성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국사 교과에서 고조선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국가 형성 제도 정비과정을 공부한다면, ‘국가’의 기능과 관련해 ‘정치’ 교과를 공부할 수 있다. 또 고조선 8조법의 남녀차별 조항과 고려·조선시대 여성의 지위 변화를 통해 ‘남녀평등’을 주제로 ‘사회문화’ 교과를 공부할 수 있다. 조선 전기까지 우리나라에서 화폐가 널리 쓰이지 못한 점, 조선 후기의 화폐부족 현상, 대원군의 당백전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 등을 통해 화폐의 필요성과 화폐의 기능을 주제로 ‘경제’ 교과와 연결 지을 수 있다.

    통합교과형 공부에 관심 있다면 고교 1학년 공통사회 교과서에 주목한다. 수능선택 과목으로 지정된 11개 과목 중 필수교과인 국사를 제외하고, 윤리, 정치, 경제, 법과 사회 등 10개 과목을 가장 효과적으로 통합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역사신문(사계절출판)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정씨는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필수이다. 역사를 기본으로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통합한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으며, 특히 현재상황과 관련해 역사적 사건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권 이상의 책을 엮어서 한 편의 독후감 써보자

  • (왼쪽부터)손향구씨 안광복 교사 김정씨
    ▲ (왼쪽부터)손향구씨 안광복 교사 김정씨
    안광복 교사는 “모든 문제를 자기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통합교과형 공부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라는 책을 읽었다면, 자신이 당시의 아프리카인이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두 권 이상의 책을 엮어서 한 편의 독후감을 쓰는 것도 효과적이다. ‘당신들의 천국’(이청준)과 ‘감시와 처벌’(미셸 푸코)과 같이 유사한 주제를 서로 다른 시각으로 다룬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식이다. 안광복 교사는 “예비 고1, 고2들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 플라톤의 ‘국가’ 등 좋은 고전을 한 권이라도 천천히 깊이 있게 읽어보는 것이 좋다. 단, 혼자서 읽지 말고 독서동아리처럼 팀을 짜서 함께 읽고 토론하라”고 전했다.

    과학 교과 역시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손향구씨는 “실험실 연구에서 나온 결과라도 해도, 과학기술의 결과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체세포 복제와 생명윤리, 인터넷 발달과 인권 보호, 환경과 기후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 과학이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저는 중학생, 고등학생인 두 아이를 가르칠 때도 과학과 사회를 연계시켜요. 사회와 과학 교과서를 나란히 펴놓고, 서로 연결되는 단원을 찾고, 그에 맞는 사회과학 서적을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누죠. 과학과 사회 교과는 별개로 보이지만, 서로 깊이 연결돼 있어요.”

    현재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을 찾아보고,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손씨는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과거 컴퓨터가 어떻게 발명되어 지금의 형태로 발전해 왔는지를 짚어보는 식으로 공부해 보라. 현실과 연결해 생각하면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과학이 훨씬 흥미롭게 느껴지고, 사고의 폭도 그만큼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생님이 말하는 통합교과 공부법

    1. 공통된 시대 · 배경을 엮어가며 책을 읽어라
    2. 관련되는 교과 단원을 찾아 그에 맞는 책을 골라라
    3. '문학 70%+사회·과학 20%+사상 10%' 비율로 독서
    4. 과학 ·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라
    5. 두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독후감을 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