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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고3이다. 청소년기 중 가장 단조로울 '고3의 일상' 가운데 그는 시를 끄집어낸다. 항상 보는 교정에서, 잠시 눈을 돌린 뒤뜰 나뭇잎에서,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에서 잠시 잠깐씩 시어(詩語)를 생각한다. 밤의 골목길을 누비는 고양이를 향해 고3 시인은 "한올한올 별빛을 심는 그림자, 부르르 잔별을 털어내는 우체부"라고 노래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가온고등학교 3학년 공태현(18) 학생은 그동안 쓴 시들을 묶어 얼마 전 시집 '밤의 우체부'(종려나무)를 냈다. 초등학생 때 낸 동시집 '물이 찬 항아리'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이다. 문학평론가인 장석주 시인은 그의 시에 대해 "비범한 상상력, 일과 사물에서 새로운 것을 끄집어내는 능력, 잘 벼려진 언어의 감수성들이 반짝이는 시"라고 평가했다. -
"그냥 일상생활을 하다가 순간의 반짝이는 것을 잡아낸 것뿐이에요."
"혼자 투박하게 쓴 글들"이라고 한 고3 시인의 글들은 어머니가 출판사에 보내 시집으로 탄생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일기를 써내라고 했는데, 시 형식으로 썼더니 감상평을 한두 줄씩 달아주셨어요. 부모님도 제 시를 읽으면서 좋아하신 것 같아요. 그 재미에 계속 시를 썼죠. 친구들과 함께 간 백일장 겸 그림대회에서 그림은 당선이 안 되고 시가 당선됐어요."
'취미로 쓴 시'들은 출품하는 족족 상을 탔다. 2002년 '혜산 박두진 전국 백일장'에서 당선된 이후로 2007 같은 대회에서 중등부 장원을 했다. 고등학생이 된 후로만 따져도 교내외 각종 글짓기 대회 관련 수상 경력이 19건에 이른다. '지구촌을 달리는 환경페스티벌 전국 환경 글짓기대회'(2009)에서 대상인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제39회 한민족통일문예제전(2008) 1위, 경기도안성교육청 주최 안성맞춤 백일장(2008) 운문 부문 2위 등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홀트아동복지회 주최 '아름다운 청소년 10인'으로 선정돼 5일 수상하게 됐다.
고3 시인에게 시는 오랜 습관이었다. "그저 글 쓰는 게 재미있어서"가 이유라면 이유다. 그러니 입시 공부에 방해될 것도 없다. 책뿐 아니라 신문에 실린 글도 '재밋거리'다. 그래서 지역 신문에 수차례 투고도 했다.
"문화면 '서평'과 사설 면을 주로 읽다 보니 제 의견을 내고 싶어져서요. 신문은 꼭 빠뜨리지 않아요. 시험 기간 중엔 헤드라인이라도 보죠. 또 신춘문예에 꼭 당선돼서 시인으로 등단할 꿈도 키우고요."
'노벨문학상을 탄 한국의 시인'으로 불리는 것이 꿈이라는 고3 시인은 요즘도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 매일 밤 시나 시평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고 말했다.
[신문으로 배워요] "신문 읽기로 하루 시작해 밤에 詩 쓰는 것으로 마무리"
안성=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두번째 시집 낸 안성 가온高 공태현군
초등학교때 동시집 펴내… "노벨문학상 수상이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