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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윤 회장은 '대학의 초(超)일류화와 창의적 인재 양성'이란 기조강연을 통해 "(평준화가) 건전한 시민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인재를 키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계는 아이들을 건전한 시민으로 길러내야 할 뿐 아니라 우수 인재로 양성해야 할 책임도 가지고 있다"며 "잘하는 남의 집 학생을 끌어내려 억지로 평준화시킬 게 아니라 잘하는 아이는 잘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준화가 글로벌화와 경쟁의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예전에는 모두가 좁은 데서 경쟁했지만 이제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느냐"는 얘기였다.
윤 고문의 '직설'은 대학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그는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여기 따라오지 못하고 상아탑이라는 틀에 갇혀 안주하면서 과거처럼 사회의 리더(leader)가 아닌 팔로어(follower·추종자)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폐쇄적이고 무사안일하며 세상의 변화를 경시하고 있다"며 "왜 총장을 반드시 대학 안에서 뽑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시대에 맞는 인재는 창의성과 적응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IMF 위기와 아날로그 시대를 헤쳐나간 경쟁력이 기술과 지식·근면성이었다면, 이제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인재와 기술·정보·스피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총장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나치게 기업적인 시각으로 대학을 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 국립대 총장 A씨는 "스스로 노력하는 대학들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대학을 '꽉 막힌 집단'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고문은 지난해에도 본지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학이 학생들에게 전공과 기초학문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않는다"며 대학들을 비판했고, "경쟁하지 말자니, 지구 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단 말인가"라며 평준화 지상주의에 직격탄을 날리는 등 교육에 대해 활발한 발언을 해 왔다.
삼성전자 CEO(최고경영자)를 오래 지내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주역으로 평가받는 윤 회장은 평소 '르네상스 미술 사조'에 대해서 3시간 강의가 가능할 만큼 인문학에 대한 소양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평준화 말도 안돼 경쟁 없인 발전도 없다"
부산=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윤종용 공학한림원 회장, 평등교육에 '쓴소리'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데 잘하는 학생 끌어내리면 글로벌 인재 키울 수 없어
틀 안주하는 대학도 변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