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길' 싫어… 남보다 먼저 꿈 향해 달리죠
글=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kmg8585@chosun.com
기사입력 2010.01.18 03:25

마이스터고합격생 인터뷰
"일찍 전공에 올인하고 싶어…
학교 정보 수집 후 마음 결정"
"내손으로 콘텐츠 제작에 희열
공부·기술 둘 다 최선을 다할 것"
"캠프 후 영상분야에 푹 빠져
신입생 혜택에 망설임 없이 지원"

  • 남들이 가는 뻔한 길은 싫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점수에 맞춰 대학, 학과를 선택하기보다 자기 적성과 진로를 살펴 남들보다 먼저 목표를 설정하고 올인하고자 한다. 바로 마이스터고 신입생들이다. 올해 3월 개교 예정인 마이스터고는 유망 분야의 산업체와 연계해 젊은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전문계 고등학교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예비 마이스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합덕 제철고 합격생 유병혁군.
    ▲ 합덕 제철고 합격생 유병혁군.
    합덕 제철고 합격한 유병혁군

    유병혁(평택 오성중 3)군은 중학교 내내 전교 1등을 유지하던 소위 우등생이었다. 학교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까지 '왜 마이스터고를 지원하려 하느냐'며 공부에만 매진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유군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철강 분야의 명장이 되겠다는 꿈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나 적성을 생각하지도 않고 성적에 따라 학교, 학과를 결정하는 것이 슬프게 느껴졌어요. 요즘은 대학 전공을 살려 일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그래서 전공을 미리 선택하고 쭉 올인하고 싶었어요."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유군은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유군이 중학교 2학년 때, 일반고에 진학했던 형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했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성적에 맞춘 삶을 사는 것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유군은 지난 여름방학 때 마이스터고가 개교한다는 현수막을 접했다.

    "사흘 동안 인터넷에 매달려서 각지의 마이스터고를 하나씩 확인했어요. 마이스터고로 전환되기 전 학교에 대한 평판, 환경을 알아보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 협력업체가 탄탄한지, 비전 있는 분야인지 등을 살폈죠. 합덕 제철고를 선택한 것은 철강 관련 일을 하시는 고모의 영향도 컸어요. 철강 산업이 앞으로 유망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죠."

    부푼 꿈을 안고 마이스터고에 진학 예정인 유군이지만, 기술 명장들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이 전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제가 먼저 노력할 겁니다. 공부하겠다는 의지 없이 대학에 진학해 4년을 허송세월 하는 학생과 비교했을 때, 소신 있게 마이스터고를 지원한 학생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글로벌 시대인 만큼 외국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 미림정보과학고 합격한 전지원양.
    ▲ 미림정보과학고 합격한 전지원양.
    서울 미림정보과학고 합격한 전재원, 지원양

    쌍둥이는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 전재원, 지원(강원 문곡중 3) 쌍둥이 자매는 올해 나란히 미림정보과학고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들이 마이스터고 진학을 선택하게 된 데는 지난 여름방학 때 참여한 영상캠프의 영향이 컸다. 미림정보과학고는 중3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마다 특색 있는 캠프를 연다.

    "미림정보과학고에 재학 중인 친척 언니의 권유로 여름방학 캠프에 4박 5일 동안 참여했어요. 직접 촬영을 하고, 편집해서 UCC를 제작했죠. 처음 접해보는 분야였지만, 내 손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어요." (지원)

    "캠프를 다녀온 후로 그곳에서의 추억이 자꾸 떠올랐어요. 간단한 워드 작업만 할 줄 아는 정도였지만, 캠프를 다녀와선 컴퓨터와 관련된 내용에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재원)

    재원, 지원양의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일반고로 진학할 수 있었지만, 비전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다. 지원양은 "마이스터고라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뿐 아니라, 전문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학교"라고 말했다. 재원양은 "문화, 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생겨 지원을 마음먹었지만,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입생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과 조건을 보고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래들보다 미래를 일찍 결정한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을 법도 하지만, 쌍둥이 자매는 소신 있게 진로를 결정한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어떤 학교를 지원할지 고민한다면, 우선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 자신이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떤 분야에 흥미와 적성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노력했으면 해요."

  • 미림정보과학고 합격한 전재원양.
    ▲ 미림정보과학고 합격한 전재원양.
    부산 자동차고 합격한 허세원군

    허세원(부산 개성중 3)군은 중2 때 레이싱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자동차에 정신을 뺐겼던 것이다. 허군은 "자동차를 어떻게 튜닝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성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동차에 대해 더 많을 것을 알고 싶어져 인터넷 검색으로 궁금한 내용을 직접 찾아보면서 호기심을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좋았던 허군은 결국 자동차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일반고와 마이스터고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비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면 마이스터고로 진학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죠. 열심히 배운다면, 누구보다 먼저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었죠."

    마이스터고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다음에는 관련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 팸플릿 등을 가리지 않았다. 부모님께도 마이스터고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왜 자신이 부산 자동차고로 진학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렸다. 부모님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허군의 꿈은 자동차 튜너가 되는 것이다. 자동차 튜너는 자동차가 가진 성능을 최대로 끌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허군은 "마이스터고가 주는 혜택을 백 퍼센트 활용해 꿈을 이루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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