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공부하러 외국으로 나갈 필요 있나요? 집에서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어요."
올해 외대부속 용인외고 2학년이 되는 조나원(17·사진)양은 지난 2월 7일 열린 제14회 대한민국 학생 영어말하기대회에서 고등부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1월에 치른 토플 iBT에서 115점이라는 고득점도 받았다. 영어에 능통한 학생들이 몰리는 외고에서도 영어성적은 전교 10등 이내를 유지할 정도로 뛰어나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조양은 유학경험이 전혀 없다. 방학을 이용한 1~2달짜리 단기 어학연수도 간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 영어학원을 다니긴 했어도 중학교에 올라가고서는 그만뒀다.
조양은 "어릴 때부터 온종일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영어듣기를 생활화하다 보니 머릿속이 영어로 꽉 찼고 입에서 저절로 영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
■영어는 지겨운 공부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
그녀는 영어공부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나를 납치해 도서관에 가둬서 온종일 원서만 읽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 물론 영어단어 외우기나 문법공부 등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마저 즐겁게 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나중에 좋아하는 책을 원서로 읽을 때 훨씬 쉽고 재미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격려했다.
조양이 영어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어머니 이미숙(46)씨의 가르침이 컸다. 이씨는 딸이 2~3세 때부터 영어로 된 만화를 보여줬다. 주로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피터팬 등 디즈니만화였다. 그러나 억지로 영어만화를 보게 하거나 영어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이씨는 "여러 만화 가운데 딸이 '라이언 킹'을 좋아해 100번도 넘게 봤던 것 같다"며 "말을 따라 해 보라고 시키지 않아도 나원이가 어느 순간부터 대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영어만화 보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이씨는 카세트테이프로 만화영화를 녹음해 온종일 틀어놨다. 심지어 잘 때도 테이프를 틀어 아침에 깨어날 때까지 들려줬다. 나원이는 불편해하기보다 오히려 자장가로 여기고 매일 테이프를 틀어달라고 졸랐다. 가족과 함께 차로 여행을 갈 때도 영어테이프를 틀었다.
일상생활에서 계속 영어를 접하도록 했기 때문인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듣기와 말하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읽고 쓸 줄은 전혀 몰랐다. 심지어 알파벳은 초등 2학년 때 처음 배웠을 정도다.
조양은 "처음에는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화면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는 이런 말을 하는구나'라고 여겼다"며 "계속 영어를 듣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자 나도 모르게 생각마저 영어로 하게 되고, 꿈도 영어로 꾸게 됐다"고 말했다.
■학원은 영어실력을 보충하는 역할
많은 학생이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 학원에서 모든 것을 배우려고 하고, 학원이 아니면 영어실력이 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양은 자신의 영어실력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등학교 때 학원에 다녔다. 듣기와 말하기는 자신이 있었지만, 문법과 독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영어학원을 그만뒀다. 대신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
조양은 "문법의 체계가 확실히 잡혔고, 학원에 다닐 만한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중학교부터는 원서를 읽는 것으로 공부를 대신했다"며 "해리포터 시리즈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나니아연대기,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을 즐겨 읽었다"고 했다.
영어는 말하는 것을 그만두면 금세 실력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조양은 전화영어를 통해 하루 10분씩 영어 말하기 연습을 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결국 영어에 대한 노출을 극대화해 영어실력을 높이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집에서 온종일 영어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틈나는 대로 영어를 듣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영어로 본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영어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나원양이 말하는 영어공부법
1.두려움 없이 말하라.
영어말하기실력을 늘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배짱'이다.맞든 틀리든 자신의 의사를 망설이지 않고 표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2.영어를 많이 들어라.
영어를 책으로만 공부하면 말을 하더라도 '콩클리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표현을 위해서는 최대한 원어민의 표현을 많이 듣는 방법이 가장 좋다. 카세트테이프나 MP3등을 들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영어를 듣도록 한다.
영어 테이프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어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영어말하기대회 대상 탄 외대부속 용인외고1 조나원
어학연수 한 번 없이 토플 iBT 115점 획득
비결은 '영어환경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