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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어에는 일본식 억양과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가 섞여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더라도 국제무대에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7일 서울 연세대 광복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아시아 대학의 새로운 모습'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세이케 아쓰시(淸家篤) 일본 게이오(慶應)대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제화 시대의 아시아 대학들이 외국어 능력 못지않게 학생들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연세대 창립 1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유수 대학의 총장과 글로벌 리더들은 미래 인재의 육성방안과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 대학의 재원(財源)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학생들 열정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아시아 대학들은 어떤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가? 특별 강연을 맡은 이미경 CJ그룹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총괄부회장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인재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확신과 열정을 지닌 사람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의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국제적인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 필요한데 대학이 이런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은 두 가지 뉴스를 예로 들었다. 컴퓨터 게임에 빠진 부부가 유아를 방치해 죽게 한 사건과, 위성방송 수신 안테나를 수십 개 수집한 사람이 외국 출신 주부들에게 친정 나라 방송을 볼 수 있게 해 준 뉴스였다.
강 부판무관은 "열정의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출신 인재들은 동양적인 문화 때문에 자기주장이 부족해 불리한 점이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의 역할을 강조했다.
◆"창의적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인재를"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회의장을 가득 메운 연세대 학생 100여명이 무선 단말기를 통해 즉석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독특한 진행방식을 선보였다.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채용 과정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2%가 '아니오'라고 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세이케 총장은 "고용주에게는 지시사항을 잘 따르는 다수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소수가 필요한 법"이라고 조언했다.
알마 라토(Latour)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 편집장은 "최근 1년 동안 기사에서 '아시아'와 '인재(talent)'라는 말이 함께 나오는 빈도수가 높아졌다"며 "이런 커다란 트렌드 속에서 기술의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개혁가적인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이 국제 경쟁력 해쳐"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앞으로 대학들은 신흥기술, 정보혁명, 글로벌 이슈라는 세 가지 동인(動因)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정부가 사실상 입학 정원과 선발 방식, 등록금 상한선을 정해 놓고 대학에 개입하면 국제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지적했다.
미래 대학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 쉬셴밍(徐顯明) 중국 산둥(山東)대 총장은 "이제 중국 대학총장들도 과거처럼 돈 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금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했고, 랍치 추이(徐立之) 홍콩대 총장은 "자금 조달의 촉매는 기업·동문 등의 지원 파트너를 찾아내는 '연결 능력(matching power)'에 있다"고 말했다.
"영어 유창하지 않아도 자신감 갖게 키워야"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아시아 대학의 새로운 모습' 국제 콘퍼런스
"동양적인 문화 때문에 자기 주장 부족해 불리"
"글쓰기 교육 매우 중요"… "대학에 정부개입 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