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기초+끈기+자신감=재미있는 수학 놀이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사입력 2009.09.21 03:18

어려운 수학과 친해진 학생들

  • 수학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수학영재라 불리고, 수리영역 1등급을 받는 학생도 풀지 못하는 문제가 많다. 수학포기자와 수학영재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인내심’. 끈기 있게 문제를 정복하며‘수학의 산’을 넘은 학생만이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어려운 수학을‘재미있는 수학’으로 만든 두 학생을 만나봤다.

  • 개념부터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수학의 왕도라고 입을 모으느 류진혁군. / 사진=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인턴기자
    ▲ 개념부터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수학의 왕도라고 입을 모으느 류진혁군. / 사진=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인턴기자
    1.천안 백석중 1학년 류진혁

    학교에서 수학 영재로 불리는 류진혁(13)군. 그러나 몇 년 전만해도 류군에게 수학은‘가장 재미없는 과목’이자‘피하고 싶은 수업’이었다.“ 구구단은 물론,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수학을 정말 싫어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을 다녔지만 재미도 없고 싫어서 안가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학원도 소용이 없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단순계산식이 아닌 사고력 수학을 접했어요. 지폐를 통해 큰 수에 대한 감을 익히고, 카드를 이용해 사칙 연산을 배우는 등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수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그동안 보기도 싫었던 교과서의 수학 문제들이 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문제씩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며 수학의 매력에 빠졌어요.” 수학에 흥미를 갖자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데 급급하기보다‘어떻게 풀까?’‘해답과 다른 방법은 없을까?’등을 고민하며 문제를 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수학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그 결과 지난해 열린 ‘아시아태평양 초등학교 수학올림피아드(APMOPS)’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류군은 수학문제를 풀 때 외운 공식부터 대입하지 않는다. 먼저 문제를 여러 번 읽어보고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한 후 푼다.“ 문제를 풀 때 남보다 빠르게 풀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거나 비슷한 문제를 떠올려 참고해본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공식을 알고 있어도 풀 수 없는 것이 수학”이라고 했다.

    수학이 싫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문제를 풀거나 이해가 덜 된 상태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문제를 억지로 풀지 말고 개념부터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수학과 친해지는 방법이다. 류군은“스도쿠나 마방진 같은 수학 게임도 도움이 된다. 하루 한 문제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수학이 친하게 느껴진다”고 조언했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면 수학이라는 학문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수학을 잘할 수 있어. OO도 풀잖아’라며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도전해보세요. 학교 과목이 아닌 재밌는 수학 놀이가 될 것입니다.”

  • 개념부터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수학의 왕도라고 입을 모으는 김찬중군./ 사진=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인턴기자
    ▲ 개념부터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수학의 왕도라고 입을 모으는 김찬중군./ 사진=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인턴기자
    2.서울 문일고 2학년 김찬중

    김찬중(17)군은 중 3때 특목고 입시에서 떨어진 뒤 공부의욕을 잃었다. 책상에 앉아도 딴 생각만 들었다. 중3 후반부터 고1 1학기까지 공부를 놓은 채 방황하다 보니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학교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중학교 내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어려운 수업만 듣다 보니, 자연히 학교수업은 무시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다 고1 여름방학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특목고에 진학한 친구들이 쭉쭉 성장하는 동안 오히려 뒷걸음질친 제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고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김군은 기초부터 새로 다졌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들었다. 수업을 잘 듣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깨달았단다. 중학교 때 고교과정을 선행했지만 기초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 김군은“학교수업을 통해 기본 개념, 정의 등 기초를 확실히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수리영역에서 1등급을 받을 만큼 성적이 올랐다.

    “쉬워 보이는 기본 문제라도 반드시 한 군데 정도는 꼬여있어요. 그런 문제를 잘 분석하는 연습부터 했지요. 또 정의나 기본개념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교재는‘교과서’이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교과서부터 복습했어요.” 김군은 많은 문제집을 보지 않는다. 교과서와 학교 부교재, 정석을 주로 활용한다. 특히 고1 여름방학에 정석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이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개념을 완전히 다졌다 싶으면 난이도 높은 응용문제를 풀어본다.“ 응용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다시 교과서와 부교재로 돌아가 기본문제를 10개 이상 푼 뒤 다시 도전한다”고 했다. 수학은 시간투자가 많아야 하는 과목이기에 수학과 다른 주요과목
    (국영과)의 공부시간 비율을 5대 5로 뒀다. 또 복습만큼‘예습’도 중히 여긴다. 수업내용을 미리 보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파악한 뒤 수업에서 그 부분이 나오면 더욱 집중한다.
    오답노트에는 두세 번 풀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만 적었다. 그러곤 일주일 후에 다시 풀어보고, 2주 후에 또 보고, 3주 후에 다시 풀었다. 자연히 문제를 외우게 돼 밥을 먹을 때도 머리 한쪽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떠올리곤 했다.

    “문제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해결의 실마리가 번쩍 떠올라요. 관련된 기본 개념이나 공식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안 풀리는 문제가 나오면, 정말 답답하고 수학 공부가 하기 싫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문제를 풀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재미 덕분에 계속 공부할 힘을 얻어요.” 김군은“수학문제를 풀 때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출제자의 의도”라고 했다. 왜 이런 문제를 냈는지 생각하면 무엇을 이용해 풀어야 할지도 자연히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문제 안에 원과 직선이 그려져 있다면, ‘원과 직선 사이의 거리를 묻는 문제구나. 거리를 어떻게 구할 수 있지?’라는 식으로 생각을 거듭한다. 김군은“응용문제 풀이도 교과서 속 예제가 바탕이 되
    므로 절대 쉬운 문제를 허투로 넘기지 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