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대학 4년 전과목A+ 이화여대 첫 최우등 졸업생 황지영
취재 박선이 기자
기사입력 2010.04.02 20:26

<이 기사는 여성조선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대학 4년, 8학기 동안 53개 과목 모두A+를 기록한 최우등 졸업생이 이화여대 123년 역사에서 처음 나왔다. 야구로 치면 퍼펙트 게임인데, 다른 대학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기록이다. 4.3점 만점제와 최우등 졸업 제도를 도입한 이래 첫 번째 최우등 졸업생이며, 그 이전까지 통틀어 적어도 기록상으로는 처음이다. 

    지난 2월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황지영씨. 전공과목이야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교양과목과 자유선택 과목까지 놓치지 않고 모조리 A+를 받았을 정도면 ‘지독한’ 공부벌레임에 틀림없다,고 그를 만나기 전에 생각했다. 공부벌레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두꺼운 안경과 한동안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런’ 헤어스타일 같은 것.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광화문의 한 찻집에 나타난 ‘이화여대 공신(工神)’ 황씨는 옅게 화장을 한 말간 얼굴에 어깨 위로 긴 머리를 찰랑거리는 모습이 모양내는 일에도 게으르지 않은 발랄한 20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가 최우등 졸업을 노린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공부가 재밌어요

    “1학년 1학기 때 전과목A+가 나와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제가 좀 성실한 타입이긴 하지만, 그럴 줄은 몰랐거든요. 근데 다음 학기에도 또 전과목 A+가 나와서 그때부터 신경이 쓰였어요.”

    본인만 신경이 쓰인 게 아닐것이다. 나무랄데 없는 엄친 딸이니, 학교 다닐 때부터 부모님이 적잖게 기대했을터.

    “속마음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부담 느낄까봐 성적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을 안하셨대요. 그저 제가 즐겁게 대학생활을 하기 바라셨다고 하세요.”

    그의 대답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완전무결한 기록은 의식할수록 달성이 어렵지만,  의외로 욕심을 버렸을 때 찾아오곤 한다. 모든 과목에서 A도 아니고, A+를 받는다는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게 아닐 터인데, 비결을물었다.

    “공부 비결이요? 그런게 뭐 있나요…. 예습 복습 충실히 하고, 강의시간에 집중했어요. 과제는 물론 빼놓지 않고 다 해가구요.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이 중요하다? 이건 수능시험 전국 수석 인터뷰에서 많이 들어본 대답이다. 하지만, 뻔하다고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기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황지영 씨가 전과목 A+ 최우등 졸업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 지자 이화여대 내부통신망 ‘이화이언’에는 축하 글과 함께 황씨 친구들의 ‘팀플’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전과목 A+의 비밀 열쇠는 황씨 말대로 탄탄한 예습 복습과 기본 개념 이해였다. 함께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은 학기 첫 수업날 교과 일정과 기본도서, 참고도서 목록, 인쇄물 등을 받았는데, ‘바로 다음 수업때 참고도서까지 다 읽어와 질문을 하더라’는 기억을 전했다. 함께 팀과제를 했다는 또 다른 학생은 새벽 3시에 황씨로부터 과제물과 관련한 내용을 이메일로 받고 메신저로 의견을 나눴다는 경험을 올렸다. 다음 수업을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황지영 씨는 그것이 전혀 남다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애들이 대개 야행성이 많아요. 밤늦게 실험결과를 정리하면서 메신저로 의견을 나누거든요. 갑자기 한밤중에 휴대폰 걸고 그런 게 아니에요. 다 그렇게 공부해요.”

    학기 중에는 공부만, 노는것은 방학에 몰아서

    황지영 씨에게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한 부분은 학기 중에는 아르바이트나 다른 취미생활을 생략한 채 철저하게 공부에만 매달리고, 하고 싶은 일은 방학에 몰아서 한다는 점이었다.

    “학기 중에는 공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렇다고 전혀 놀지도 않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원칙을 거의 지켰습니다.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게 즐거웠어요. 수업 듣는게 기다려지고 그랬어요. 어휴, 근데 이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들이 ‘되게 재수없다’ 그럴 거 같아요.”

    교양 과목, 국어, 영어 등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물었다. 역시 그의 대답은 ‘교과서’대로다.

    “그런 것일수록 성실하게 해야돼요. 과제 잘 내고, 지각 결석 안하는게 가장 중요하죠.”
    이렇게 절제하는 생활을 하려면 계획표를 구체적으로 잘 짜야 가능할 것 같은데 그에게는 하루 일과 시간표 같은 것은 없었다. 수업 시간표가 전부였다.

    “그날 그날 수업시간표에 맞춰 일어나고 자고 그랬어요. 저녁에는 텔레비전도 많이 봤죠. ‘1박2일’이 제일 재미 있었어요. 다들 웃기잖아요?”

    한없이 해맑은 표정. 마치 주말에 ‘절친’ 만나러 홍대에 나온 여고생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A+’에 대한 강박이 생겨서, 학기가 지날수록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갔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었어요.”스트레스가 쌓이면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는 것으로 해소했다. 대중음악으로는 발라드를 좋아하지만, ‘때려부수는’ 노래도 때에 따라서는 좋아한다.

    “VOS를 좋아하고요, 요즘 노래 중엔 ‘큰일이다’‘ 뷰티풀 라이프’를 부를 수 있어요.”
    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인 이 ‘초우등생’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학과 친구들이 모두 축하한다고 했어요. 우리 과는 분위기가 좋고 배움의 열정이 있어요. 공부 열심히 하면 ‘쟤뭐야?’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구나’ 그러죠.”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사 제쳐두고 공부만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친구도 많다.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

    “하하하, 동아리긴 동아리인데 학술 동아리예요. 그래도 친구나 후배들이랑 밥먹고 놀기도 하고 그랬죠.”

    그는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공대 특성’을 우정의 기초로 꼽았다. 함께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았다는 뜻이다.

    “우리 공부는 결과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가 확실해요. 프로그래밍 과제 같은 건 조금만 뭐가 안돼도 결과가 안나오기 때문에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였죠.”
     
    행복을 먼저 말하는 부모님이 고맙다

    황지영 씨가 4년 동안 들었던 과목은 총 53개다. 그중에서 그가 가장 흥미롭게 공부한 과목은 무엇이었을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장래 희망도 컴퓨터공학자라고 했으니 컴퓨터관련 과목일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뜻밖에 사회봉사 과목과 청년심리학 과목을 꼽았다.

    “우리학교에 ‘공학인증’ 프로그램이 있는데, 교양 과목도 많이 듣도록 돼 있어요. 대학 가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있었는데 그 과목을 통해서 봉사할 수 있는 기관도 알게 되고 참 좋았습니다.”

    봉사활동으로 국제구호기구인 굿네이버스에서 행정업무를 도왔다. 그 활동을 통해 공익을 생각하며 사는 삶을 알게 되었다. 현장에 가서 가장 자신있는 컴퓨터공학 관련 일을 해보고도 싶었지만, 그 뜻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어쨌든 마음도 따뜻한 사람이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

    “저는 좋은 부모님 만나, 사랑도 많이 받고 큰 어려움없이 잘 컸어요. 저같은 여건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면서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정말 커졌고, 그것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가 감사해하는 부모님은 딸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줬다. 신뢰를 듬뿍 안겨준 것이다.

    “아빠는 경제학과 교수고 엄마는 전업주부인데, 두분 모두 저를 그냥 놔두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알아서 하도록 말이죠. 장래희망도 스스로 찾도록 두고. 공대에 가겠다고 결정을 내렸을 때도 절 믿어 주고 격려 하셨죠. 결정을 내릴때까지 기다려 주고 믿어 줍니다. 자식의 성공 보다는 건강이나 행복을 먼저 말하세요. 엄마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얘, 그만하구 자라’입니다.”

    주말이면 외동딸인 그를 포함해 가족 셋이 종종 여행을 다녀온다.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어 내고, 다시 한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주로 속초 설악산에 가요. 산에 오르지만 등산이 목적은 아니에요. 그저 힘들지 않을 정도 까지만 오릅니다. 그러다 보니, 최고 기록이 비선대까지입니다.”

    한창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과 놀러다닐 법한 나이에, 주말을 가족과 함께 지낸다고 하니 좀 뜻밖이다. 대학을 졸업하도록, 미팅 한번에 소개팅 한 번 해본 것이 전부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1학년때 한 번씩 해봤는데,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어서 그만두었어요.”

    그는 오는 9월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장학금을 주겠다는 입학허가를 몇 군데서 받았고,  곧 결정할 예정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바이오 인포메틱스에 관심이 있다.  지금 제일 하고 싶고 욕심 나는 건 영어 실력과 운전면허다.

    이대 공신 황지영이 말하는공부의기술

    1. 공강을 활용하라!

    공강 시간이면 도서관에 많이 갔다. 자투리 시간이라고 내버리면 다 없어진다. 시간에 맞춰 끝낼 수 있는 공부를 한다.

    2. 책은 반드시 내것으로!

    기본 교과서는 반드시 산다. 참고 도서도 적어도 10권씩은 샀다. 못사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3. 지식을 네트워킹하라!!

    자료 하나만 읽으면 모르니까 교과서에서 찾아보고 참고자료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 본다. 이처럼 지식의 네트워킹을 통해 기본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다. 수업시간에주는 텍스트와 강의 자료를 비교해가면서 읽고 서로 다른 저자의 글을 통해 기본 개념을 정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4. 질문하라.
    열심히 필기해서 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어보기 위해 질문을 만들어 보면 질문 속에서 스스로 답에 접근하게 된다.

    5. 적어도 한 가지 운동을하라.
    내 경우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검도를 해서 초단을 땄다. 운동도 기술적으로 발전해 가는 진도가 있어야 배우는 게 재밌다. 운동이 집중력을 길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