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금액 20% 다문화 가족 지원…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 높아지길"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기사입력 2010.04.12 06:32

공정무역 운동 벌이는 고교생 모임 '하티소울'

  • "안녕하세요, 하티소울(Hearty Soul)입니다. 착한 초콜릿 보고 가세요."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10여명의 고교생들이 좌판대에서 커피·차·초콜릿 등 공정무역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 생산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소비자는 좋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거래방식을 말한다. 다국적 농산물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저개발 국가의 소규모 생산자들로부터 커피나 카카오 등을 좋은 가격으로 직접 구입, 이들의 빈곤을 퇴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날 고교생들은 단순히 상품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수 제작한 팸플릿을 나눠주고 공정무역 서명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지나쳤지만, 고교생들의 외침에 하나둘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하티소울 멤버들. 양영효, 이정희, 기민형, 이승호, 왕호근(좌로부터.)/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 하티소울 멤버들. 양영효, 이정희, 기민형, 이승호, 왕호근(좌로부터.)/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하티소울의 회장 양영효(민사고3)양은 "사람들에게 공정무역의 효과와 필요성을 직접 알리고 싶어 이번 거리 캠페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평범한 고교생들이 공정무역과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해 힘을 합쳤다. 민사고와 숙명여고, 과천외고, 대전노은고, 영동고, 대전외고 등 6개 고교의 학생 10명은 올 초 '하티소울'이라는 청소년 공정무역 및 다문화가족 지원 모임을 만들었다.

    기민형(대전노은고3)양은 "중학교 때 공정무역에 대해 알게 된 후 어떻게든 힘을 싣고 싶었다. 고교 진학 후 공정무역에 관심이 많은 전국의 고교생들과 함께 하티소울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서로 학교가 다르다 보니 멤버들끼리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주말을 이용해 한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 활동계획을 세웠다. 주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락했다. 가장 먼저 홈페이지(www.heartysoul.co.kr)부터 만들었다.

    이정희(숙명여고3)양의 말이다. "원래는 직접 공정무역 온라인쇼핑몰을 만들고 싶었지만 미성년자라는 한계도 있고, 학교공부도 해야했어요. 결국 '그루'나 '울림' 등 국내 공정무역 업체들과 제휴하고, 하티소울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 업체들의 물건을 구입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이럴 경우 판매금액의 20%가 하티소울의 공정무역 캠페인 및 다문화가족 지원비로 쓰이게 되죠."

    양영효양은 "하티소울이 만들어진 지 겨우 두 달밖에 되지 않아 홈페이지도 알려져 있지 않고 거리 캠페인 수익금도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앞으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거리 캠페인 장소를 빌리기 위해 시청이나 경찰서를 찾고, 물품을 빌리고,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 등 모든 것이 고교생들에게는 하기 버거운 일이었다.

    이정희양은 "아직 고교생들이다 보니 초콜릿을 지원받거나 도매가로 받을 때 협상을 잘못해서 혼난 적도 많아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왕호근(영동고3)군은 "멤버들 간에 학교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달라 시간을 맞춰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때 너무 기분이 좋아 힘이 난다"고 했다.

    학생들은 공정무역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승호(민사고2)군의 말이다. "거리 캠페인을 할 때 사람들이 공정무역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이 가장 가슴 아파요. 제작비를 아끼려고 저희들이 손수 제작한 팸플릿을 나눠줘도, 보지도 않고 그냥 버리는 분들도 많았어요. 오히려 외국인이 더 관심을 가져주더라고요. 단 한 번만이라도 사람들이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하티소울은 앞으로 공정무역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돕기도 진행할 예정이다. 어려운 형편의 다문화가정을 직접 찾아가 학습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양영효양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인 5월 8일에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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