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역 순찰·직업 특강… 학교에 '아버지회'가 뜬다
양모듬 기자 modyssey@chosun.com
기사입력 2010.04.01 03:02

"어머니들과 다른 시각으로 균형잡힌 조언 해줄수있어"

  • "안녕하세요. 은정이 아빠라고 하셨지요? 전 채리 아빠입니다."

    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연회장에 넥타이를 맨 중년 남성 30여명이 모여 자기소개를 하며 명함을 나눴다. 저마다 자녀 이름을 앞세웠다. 이들은 서울 영훈국제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아버지다. 이날 창단하는 '아버지회'를 위해 퇴근 시간에 맞춰 한자리에 모였다. 25일에는 1학년 재학생 아버지 80여명이 모여 창단식을 가졌다.

  • 지난 24일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영훈국제중학교 아버지회 모임에서 아버지들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 지난 24일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영훈국제중학교 아버지회 모임에서 아버지들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학생 아버지들은 지난 10일 학교로부터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그동안 주로 어머님께 말씀드렸습니다만 학생의 꿈과 장래를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아버님의 이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전교생 320명 중 120명의 아버지가 참석 의사를 밝혀왔다. 이날 모임에 참가한 김창배(37)씨는 "운동회에 참가해 딸과 함께 뛰고 구를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며 "아버지회가 활성화되면 학교 기부금 문제나 학교 행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임창주(46)씨도 "학교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머니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균형 잡힌 조언을 해 주고 싶다"고 했다.

    학교는 기존 어머니 중심의 학부모회와는 별도로 아버지회를 만들어 자발적인 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버지회 아이디어를 낸 곽상경(73) 영훈국제중 자문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지덕체(智德體)를 모두 키워줘야 하는데 일부 어머니들은 시험과 내신, 하루하루의 숙제 등 온통 '지'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며 "사회경험이 풍부한 아버지들과 함께 아이들의 인성과 체력 등 '덕체'도 키워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생겨나기 시작한 학교 아버지회는 어머니회와 다른 활동으로 학생과 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02년에 만들어진 서울 송파구 강신중학교 아버지회는 한달에 한 번씩 조를 짜서 인근의 으슥한 공원과 PC방 등 우범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강남구 신사중학교 아버지회는 지난해 기업 최고경영자와 의사, 법조인, 디자이너, 제빵사 등 다양한 직업의 아버지들이 교실을 찾아 특강을 열었다.

    곽 교수는 "외국에서는 아버지들이 학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교사들과 토론하며 토요일 오후에는 자녀들과 야구·축구 등 스포츠를 즐기기도 한다"며 "오늘 창단된 아버지회도 학교 교육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