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쏟으며 게임? 학교 공부가 우선!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기사입력 2010.03.15 03:58

훌륭한 게임개발자 되려면

  •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 산업은 지금의 '아이온'에 이르기까지 짧은 기간 동안 어느 산업보다 빠르고 크게 성장했다. 마치 연예인처럼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개발자가 탄생했고, 주식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회사의 대표가 생겨났다.

    이런 게임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1998년 세계 최초로 정규 4년제 대학에 게임 관련학과가 개설됐으며, 지금은 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원까지 약 100여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간혹 게임개발업계에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화제가 되곤 한다. 실제로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자가 갖추고 있는 개발능력이나 경력을 학력보다 더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대다수의 청소년들도 이런 정보들을 많이 접해서인지 정규교육의 불필요함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다시 말해 고등학교 과정은 그냥 검정고시로 패스하고 그 시간 동안 게임개발 기술을 따로 공부하는 것이 더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게임플레이를 너무 좋아하고 자연스레 성적관리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력을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게임업계의 관례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여 안타깝다.

    게임은 다양한 전문분야가 공존하는 응용학문이다. 기초학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요행으로 실무능력을 익혔다 하더라도 기초학문에 대한 지식이 없는 개발자는 그저 단순 노동을 반복하는 기술자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3D프로그래밍을 하는 프로그래머에게 수학과 물리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많이 요구되는지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뼈저리게 느끼는 사실이다. 게임을 디자인하는 게임기획자에게 인문·사회·철학·공학·수학·예술 등 방대한 지식이 요구되며, 캐릭터를 그리고 배경을 그리는 게임아티스트에게도 철학적인 사고가 꼭 필요하다. 즉 인문학적 기초소양이 결여된 개발자는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없으며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C언어도 중요하고 캐릭터 능력치 설정도 중요하고 캐릭터 모델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사나 철학,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다.

    훌륭한 게임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 수학·과학·언어·역사 등의 공부가 높은 난이도의 권법을 시전할 수 있는 튼튼한 뼈와 근육이 돼 줄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있는 수업들이 내공이 되어 줄 것이다.

    업계에서도 10년 넘게 인력을 채용해본 결과 전부는 아니지만 학교 성적과 게임개발 능력이 비례한다는 결론을 얻고 공채 자격을 대학4년 졸업자로 제한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전년도 엔씨소프트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원 자격조건을 4년제 대학졸업자로 제한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게임을 하는 것과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정말 다른 일이다. 게임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하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반드시 게임개발자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지면 그 다음엔 대학 진학 이전까지는 다른 쪽으로 한눈팔지 말고 코피 쏟으며 학교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