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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입시에 대해 잘 안다는 건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찍고 출발하는 것과 같다.”입시에 있어 엄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때론 선생님처럼, 또 친구처럼 함께 여정을 나아가야 한다. ‘엄마표입시’를 펴낸 김하나 조셉학원장, 정영주 조셉입시연구소장은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엄마가 아이와 입시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거듭 말한다. 김 원장과 정 소장을 만나 입시 준비와 앞으로 교육 방향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한다.김하나: 입시 학원을 10년 이상 운영한 원장이다. 한국학원대학교 블루타이 학원 원장 교육 강사이자, 현재 초등학교 자녀의 엄마다. 최근에는 초등 영어전문 학원을 오픈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정영주: 사회탐구 강의를 하다가 ‘대치교육공감’과 ‘TS입시연구소’ 그리고 ‘대치미래탐구’를 거쳐 지금은 ‘조셉입시연구소’에서 입시연구소장으로 학생들의 입시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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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엄마표입시’라는 책을 출간했다. 집필 계기가 궁금하다.김하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일명 ‘초등엄마’들의 입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자 집필하게 됐다. 초등엄마 대부분 입시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은 편이다. 입시 이해도가 낮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입시 책을 만들자는 마음이 컸다.정영주: 비슷한 맥락이다. 입시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싶었다. 입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수록 이런저런 말에 많이 휘둘려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엄마들이 입시에 대해 잘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Q. 실제로 ‘엄마표입시’를 읽었을 때, 굉장히 쉽다는 인식을 받았다. 다양한 용어와 전형, 잦은 변화 등 입시를 쉽게 풀어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정영주: 입시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엄마나 학생의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살펴보면 용어나 전형을 설명하기보다 사례를 풍부하게 넣었다. 이는 ‘입시를 잘 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시는 전형 별 파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입시라는 건 결국 좋은 결과물을 성취하는 과정이고,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보는 컨설팅을 통해 취득할 수 있으나, 노력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책에서 엄마와 학생 모두 오랜 기간 습관화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담으려고 했다.Q. ‘습관’ 외에도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까?김하나: 초등엄마들이 왜 입시를 알아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강조점을 뒀다. 입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엄마는 ‘엄마의 영역’과 ‘전문가의 영역’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특히 초등엄마의 경우, 엄마가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엄마의 역할을 올바르게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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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등학생이면 아직 어린 나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할까.김하나: 당연하다. 입시에 대해 잘 안다는 건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찍고 출발하는 것과 같다. 엄마들에게 교육의 목표를 물으면 대다수 ‘내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답한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으나, 목적지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몰라 극단적으로 이것저것을 다 해보는 케이스를 많이 봐왔다. 시간적, 비용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엄마와 아이의 관계도 무너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가 입시에 대해 잘 안다는 건 보다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나아가는 것이다.Q. 두 분 다 입시 현장에서 직접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가장 많이 듣는 엄마들의 고민은 무엇인가?김하나: 대부분 ‘내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알게 되나요?’를 많이 묻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 해보시라’고 대답한다. 비용적 여유가 있다면 내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직접 시도해보면 된다.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다만 아이가 힘들어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대부분 비용적인 여유가 없고, 아이 역시 엄마를 잘 안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떤 것을 잘할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엄마가 공부를 통해 아이보다 1, 2단계 이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상황에 맞게 여러 방면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Q. 참 어려운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은 업체에 맡기면 되지 않나.정영주: 선택은 결국 아이와 엄마가 하는 것이고, 업체가 모든 걸 결정해줄 수는 없다. 현장에서 정말 많은 유형의 엄마를 만난다. 입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엄마와 백지상태로 찾아온 엄마는 상담 퀄리티부터 다르다. 똑같은 돈을 쓰더라도 이해도 높은 엄마는 100만 원어치를 가져가지만, 백지상태 엄마는 10만 원 어치도 못 가져간다.Q. 아이의 입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엄마의 자세 중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김하나: 엄마의 포지션이 중요하다. 엄마의 포지션은 아이 성장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초등부 때는 아이보다 앞서 생각하며 엄마가 이끌어야 한다. 중학생이 되면 아이와 함께 보폭을 맞추듯 나아가야 하고, 고등학교 때는 아이 스스로가 입시에 대해 더 잘 알고 엄마는 아이의 뒤를 받쳐주면 된다. 각 시기에 맞게 엄마가 포지션을 맞춰가기 위해서는 엄마의 공부가 필수다.정영주: 입시는 단순히 설명회서 얻는 정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 대한 인지를 의미한다. 소통 부족으로 인해 엄마와 아이의 의견이 다른 경우를 많이 봤다. 특히 고3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대부분 엄마가 자신이 아이를 굉장히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고3이 돼서야 ‘너 그랬니?’라고 깨달은 엄마들이 정말 많다. 엄마와 아이가 한마음일 때, 대체로 결과가 좋았다. 따라서 엄마와 아이의 ‘유대관계’를 강조하고 싶다.Q. 직접 목격했던 좋은 사례를 꼽아줄 수 있을까?김하나: 좋았던 사례는 ‘유민(가명)이네’를 꼽을 수 있다. 유민이 엄마는 항상 아이보다 먼저 움직였다. 무엇이든 엄마가 먼저 경험하고, 아이한테 가르쳐줬다. 유민이에게 있어 엄마는 고민이 있을 때, 늘 답을 주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굉장히 견고했고, 이는 입시 때 확실한 시너지를 보였다. 입시 과정과 결과, 멘탈까지도 모든 면에서 다 좋았다. 거듭 말하지만, 입시에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 관계라는 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각 가정마다의 문화이고, 오랜 시간 문화를 잘 가꿔놔야 한다.Q. 지금까지는 입시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입시’는 무엇인가?김하나: ‘성공적인 입시’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이다. 단순히 지방대를 갈 수준의 아이가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해 만족한다면 그건 굉장히 성공적인 입시다. 만약 서울대를 갈 수 있던 아이가 고려대나 연세대를 갔고, 아이가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건 성공적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아이의 입장에서 쉽게 표현하자면 ‘과연 본인이 원하는 과잠(학교, 학과 잠바)을 입었느냐, 입지 못했느냐’인 것 같다.반면, 부모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냉정히 말해 부모에게 있어 성공적인 입시는 ‘투자한 만큼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얻느냐, 얻지 못하냐’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느 학교에 입학했느냐를 넘어 해당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이나 연봉까지도 고려한다.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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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이다. 2024학년도는 특히 입시에서 변화가 많다. 어떻게 대비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정영주: 2024학년도 입시 변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주로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일단 선발 자체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교과전형은 살짝 줄었지만,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뽑는 건 변화가 없다. 사실 전형에 있어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긴 건 절대 아니다. 그보다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단순히 대학을 가는 건 핵심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정말 중요한 건 어떻게, 어느 전략을 꾸려 갈 것이냐다.또 하나 중요 포인트는 바로 ‘자소서(자기소개서) 폐지’다. 자소서가 사라지면서 아이가 관리해야 하는 건 이제 학생부 하나 남았다. 서류 관리에 대한 부담 자체는 줄었지만, 공부 외 다른 면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심지어 학생부 내에서도 간소화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미반영’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그 증거다. 독서, 수상, 개인 봉사활동, 자율 동아리가 모두 미반영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내신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Q. 그렇다면 현재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정영주: 당연히 ‘공부’다. 이 기간 선행이냐, 복습이냐 이런 건 각각 아이마다 다르다. 그보다는 이 시기엔 자기 객관화가 더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인 만큼 현재 자신의 위치와 수준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적에 대한 객관화’와 ‘학생부 등 서류에 대한 객관화’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더불어 멘탈적인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하는 아이와 포기하는 아이는 겨울방학 때부터 태도가 다르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힘쓰길 바란다.Q.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의 변화도 변화지만, 아이들의 특성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화한다. 앞으로 아이들의 교육 방향성은 어떻게 잡아가는 것이 좋을까?김하나: 2010년생부터 ‘알파 세대’라고 부른다. 알파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도 일컫는다. 최근 교육시장을 살펴보면 이 알파 세대를 중점으로 둔 디지털 교육이 눈에 띈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지털과 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 학습이다. 앞으로는 아이의 데이터 관리를 얼마나 잘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현재 아이들이 적성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돈과 시간을 들여 다 직접 경험해봤다면, 알파 세대는 다르다. 데이터가 얼마나 풍부하고, 정확하냐에 따라 ‘내 아이가 갈 수 있는 학교’같은 단순한 질문부터 ‘내 아이가 잘하는 분야’같은 보다 어려운 질문까지. 질 높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Q.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특히 입시에 있어 데이터 활용 부분은 정말 큰 역할이 될 것 같은데?정영주: 입시에는 다양한 데이터가 활용된다. 일단 수치화된 데이터 축적은 필수고, 학생부처럼 문자화된 데이터에 대한 값을 어떻게 매기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활용해 딱 떨어지는 수치를 내기보다는 많은 데이터 중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대학마다 정성 평가의 부분을 객관화, 수치화하는 나름대로 기준이 있을 테고,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데이터를 보고 ‘이럴 것이다’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계속된 논의가 필요한 셈이다. 즉, 입시에서 데이터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Q. 디지털, 데이터, 인공지능 등 사실 일반 학원이나 교육업체에서는 대응하기 어렵지 않나? 현재 조셉학원을 운영하고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김하나: IT분야와 협업을 통해 변화를 계획 중이다. 현재도 IT분야와 협력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조셉학원 역시 올해 주요 안건은 ‘아이들의 데이터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느냐’다. 아이들의 데이터는 엄마가 언제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학원에서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데이터와 아이의 평소 모습이 일치하는지 등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엄마가 아이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Q.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디지털 프로그램과 비교해 학원만이 갖는 차별점은 무엇일까?김하나: 정말 어렵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학원도 디지털에 대응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자본 부분에서 쉽지 않다.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새로운 개념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할 때, 이 개념을 한 번 더 빌드업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 때는 늘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아이에게는 생소한 개념일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페이스 조절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학원은 코치같이 아이의 데이터를 통해 보완점과 목표를 알려 주고, 함께 달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차별점으로 꼽을 수 있다.Q. 코치라는 말이 와닿는다. 끝으로 아이들과 입시를 함께 달리고 있는 엄마들에게 조언이나, 응원의 한마디 부탁한다.김하나: 엄마가 페이스 조절을 좀 잘 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처지는 기간이 분명히 오게 된다. 아이가 지쳤을 때가 엄마는 체력을 제일 많이 내야 할 시기다. 문제는 엄마와 아이가 체력 분배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초반에 너무 달려서 정작 체력이 필요한 시기에 둘 다 지쳐버린다. 엄마는 어느 정도 앞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체력 분배하지 않고 초반에 너무 나아가기만 하면 금방 무너지고, 한번 무너지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니 엄마가 긴 레이스라고 생각하고, 페이스 조절을 잘하길 바란다.정영주: 앞서 말했던 걸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부모와 자녀가 한마음으로 입시를 준비하길 바란다. 아이와의 충분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입시라는 긴 경쟁을 나아가려면 지속해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이 동기부여는 선생님한테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가 이 동기부여를 지속해서 부여해줄 수밖에 없다.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
[인터뷰] 입시 성공하려면 유대관계부터…“엄마의 공부로 좌우됩니다”
-‘엄마표입시’ 책 저자 김하나 조셉학원장, 정영주 조셉입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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