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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기만 기다려야죠.”
지난 1일 수화기 너머로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서울에서 인쇄업체를 운영 중인 최민석(가명) 대표였다. 최 대표는 “디자인 작업을 이미 마쳤는데 학사일정이 수시로 바뀌면서 대다수의 학교가 달력 주문을 취소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휴업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으로 초·중·고교를 주고객으로 둔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학사력(한해 교육 일정을 담은 달력)을 제작하는 인쇄업체가 대표적이다. 통상 1~3월은 성수기로 통했지만, 올해는 ‘새 학기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학사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고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결정되면서 각 학교가 학사력 제작을 꺼리기 때문이다. 인쇄전문업체 예가커뮤니케이션의 김영호 과장은 “작년 3월에 인쇄를 맡긴 학교가 100개 교라면 올해는 10분의 1 수준인 10개 교 정도”라면서 “월 매출도 8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학사력을 만든 학교의 수정본 제작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 소재 인쇄업체 대표인 박정민(가명)씨는 “일 년치 예산이 이미 정해져 있어 다들 추가로 돈을 들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새로 달력을 만들기보다는 저가의 수정 스티커를 사서 붙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는 직접 발품 팔이에 나서고 있다.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시 달력을 인쇄해주겠다”며 학교에 전화를 돌리는 식이다. 김 과장은 “다들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한다”면서 “사정이 심각하게 어려운 곳에서는 직원들 월급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전했다.
단체급식 전문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학으로 급식이 중단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업체들은 “3~4월은 매출 없이 임대료, 인건비만 나가는 상황”이라면서 “다들 부족한 돈을 구하려 담보 대출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정부 지원금도 한계가 있다”며 “오프라인 개학을 하지 않는 이상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비교적 안정돼 개학을 하더라도 매출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학교 100여 곳에서 단체급식 사업을 하는 김모 대표는 “학교 단체급식으로 얻는 순 이익은 한 달에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70만원”이라면서 “가뜩이나 남는 돈이 많지 않은데 여기에 일회용 마스크 값까지 더하면 마이너스 매출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입마개를 썼으나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재료 납품 농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밖에 통학버스 운영 업체와 교복, 우유 업체 등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이들 업체를 돕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일례로 경기도교육청은 급식용 농산물 폐기를 막기 위해 시금치와 애호박 등을 꾸러미로 묶어 일반 시민에게 판매하도록 돕고 있다. 충남 예산교육지원청은 학교 급식용 농산물을 관내 기업 직원들과 공무원에게 판매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일감 없다” 학교 달력 인쇄·급식업체의 한숨
-휴업 장기화, 온라인 개학에 매출 급감
-“임대료·인건비 없어 담보 대출받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