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혼란한 학교 … 개학 연기 바라는 교사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27 08:00

-학사일정·시험일자 정해도 개학 연기에 물거품
-‘뛰어놀 학생들 마스크 착용 제대로 될까’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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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거의 매일같이 학사일정을 논의합니다. 중간·기말을 언제 치를지, 진도를 어디까지 나갈지 대책을 세우고 있어요. 세 차례나 개학을 연기하면서 세부계획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수화기 너머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승민 서울 동북고 교사는 25일 출근 했다가 오후 4시 이르게 귀가해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동북고는 첫 번째 개학 연기 뒤 교사들이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접촉을 최소화하고 감염에 대비하고 있다. 이 교사는 “학교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학이 3월 2일에서 9일로, 23일에서 다시 4월 6일로 세 차례 연기되면서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당장 감염 우려는 불식시켰지만 한 달이나 미뤄진 개학 탓에 학사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 교사는 “오늘도 학사관련 회의를 했다”며 “1년간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지, 수행평가 비율을 얼마로 정할지 세세한 논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목적과는 달리 큰 틀에서만 합의할 뿐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긴 어렵다. 앞서도 세부일정을 정했다가 개학이 추가 연기되며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4월 6일을 기점으로 일정을 짜고 있으나 언제 또 개학을 연기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크다. 

    이처럼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4월 6일 개학은 어렵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개학일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것이란 믿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교가 또 다른 코로나19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더 컸다. 

    이 교사는 “교실에 30명이 몰린 곳도 있는데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있다면 더 확산할 우려가 크다”며 “학교 현장에선 연기가 더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경기도 한 중학교 A교사는 “온라인 개학을 해도 학생들이 집중력 있게 수업에 참여할지 의문”이라며 “교사가 온라인 강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설플 수 있고 장비도 갖추지 못해 열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도 만족스럽지 못할 텐데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A교사가 재직하는 학교도 혼란은 크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A교사는 “학사일정이 자주 바뀌고 회의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학교현장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인 상태”라고 격양된 어투로 말했다. 

    한편 개학 연기로 인해 고3 교실의 진로지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하 대전 중일고 교사(전국진로진학협의회 수석대표)는 “고3 학생의 진로를 상담하고 대학 진학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대면이 불가능해 어려움이 크다”며 “소셜미디어(SNS) 대화방을 개설해 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개학 연기로 대학 수시모집 준비가 어렵다”며 “통상 기말고사 이후 진행하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학교생활기록부 검토를 앞당겨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3 현역 학생들은 재수생 등 졸업생과 비교하면 입시를 준비할 기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불만이 커지자 교육부 역시 수능 연기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교육부는 이 같은 현장의 혼란에도 4월 6일 개학을 강행할 방침이다. 온라인 개학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미 온라인 학습을 위해 안내한 e학습터의 접속이 원활하지 않고, 교육방송(EBS) 홈페이지마저 한때 접속이 마비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는 개학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개학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며 “학교가 새로운 감염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안전이 확인된 뒤 가장 마지막에 개학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