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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영유아보육과정(누리과정) 안정화를 위해 제정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유특회계법)이 오는 12월 31일 일몰을 앞뒀다. 전문가들은 유특회계법 일몰기한을 연장하고 누리과정 보육료를 현실화해 재정 안정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2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누리과정 안정화 및 유특회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와 영유아·보육인 권리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영유아 비대위)가 공동 주관했다. 남 의원은 “6년째 누리과정 보육료가 동결되면서 어린이집이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의 운영상 어려움으로 재정문제가 가장 크고, 누리과정 개선 요구사항으로도 재정지원 강화(44.6%)가 가장 높았음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유특회계법은 2016년 12월 누리과정 재정조달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누리과정 재정조달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교육세 전입금과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구분해 교육세 전입금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일반회계 전입금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각각 지원한다. 2015년 보육대란 당시 시·도교육청이 보건복지부 산하의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지원을 거부하자 지방교육 재정의 재원인 교육세를 지원해 유치원 누리과정을 지원하도록 하고, 국고로 일반회계 전입금을 편성해 보건복지부 산하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지원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특회계법이 일몰되면 지난 2015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사이 발생했던 누리과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지원을 거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국고로 어린이집을 지원한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어 최근 어린이집 누리과정 교사 처우개선비를 교육세에서 지원하도록 예산을 짜 갈등을 예고했다.
김근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유특회계법이 종료되면 누리과정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누리과정 재정조달 불안정성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우선 꼽은 해결책은 유특회계법 일몰 기한 연장이다. 현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몰시한을 5년으로 연장한 유특회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누리과정 재정조달의 불안정성은 유아교육과 보육을 이원화해 발생한 문제”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할권과 재정지원의 괴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법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유구종 강릉원주대 교수는 “유특회계법이 3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재정조달의 불안정성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일몰기한을 연장하고 누리과정 보육료를 인상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특회계법 제정은) 누리과정 재정조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짧은 시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현 정부의 유아교육과 보육 공공성 강화 의지를 볼 때 다시 한 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적절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를 인상해 보육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윤행 구립위례새솔어린이집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누리과정 보육료를 최소한 30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현재 누리과정 보육료(22만원)로는 누리과정 유아반 교사들의 업무과중으로 인한 시간외 수당과 유아 급식비, 질 높은 보육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2011년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2016년까지 30만원 수준으로 단가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1년 17만7000원이던 누리과정 보육료는 이듬해 20만원으로 인상됐고, 2013년 22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연차별로 24만원(2014년), 27만원(2015년), 30만원(2016년)으로 인상하려던 계획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동결됐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은 “현재 누리과정 보육료는 정부가 조사한 표준보육비용 계측 결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세반 8시간 기준 표준보육비용은 42만2000원이다. 현재 누리과정 보육료 22만원보다 약 두 배나 크다.
김용희 한어총 회장은 “누리과정은 영유아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도입한 정책”이라며 “그러나 누리과정 보육료가 동결되고 재원마련도 도외시하면서 그에 대한 불이익을 온전히 어린이집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듣고 정책과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누리과정이 안정화되고 유특회계법이 올바르게 개정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몰 앞둔 유특회계법 … 제2 보육대란 ‘우려’
-25일 국회 누리과정 안정·유아특별회계법 개정 토론회
-누리과정 보육료 22만원, 표준보육비용 따라 인상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