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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나로호를 쏘아 올린 발사대입니다. 아래 자리한 건물은 엔진 실험실과 종합 조립동이에요."
"우와, 진짜 우주 기지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멋지다!"
지난 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 앞 언덕. 해설사의 설명에 아이들이 입을 크게 벌리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파란 하늘에서는 강렬한 빛이 쏟아졌고, 언덕 아래로는 쪽빛 남해가 넘실거렸다.
보안 검색대에 휴대폰과 카메라를 맡기고 온 만큼, 아이들은 이 웅장한 광경을 눈에 꼭꼭 눌러 담았다. 손에는 '제6회 국토탐방대회 탐방 수첩'이 들려 있었다. -
◇우주 강국을 향한 꿈, 나로우주센터
이날 국토탐방대회에는 충남 논산 지역 5개(부창·반월·동성·중앙·내동) 초등학교 어린이 35명이 참가했다. 조영진 논산 중앙초 교사는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 체험을 선물하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주제는 ‘하늘 꿈 내 꿈’으로 정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자들의 도전정신을 익히고,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요.”
이날 아침 논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11시 40분 무렵 순천역에 내린 학생들은 점심을 먹은 뒤,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1시간 30분가량 달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외나로도에 진입했다. 표지판에 ‘나로우주센터’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나무 사이로 바다 보여? 너무 예쁘다!” “이 섬에 우주센터가 있다는 거야?” 아이들이 창밖을 보며 한 마디씩 쏟아냈다. 기대와 설렘이 묻어났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나로우주센터. 야외 광장에 우뚝 선 거대한 로켓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높이가 33m에 달하는 나로호를 그대로 본떠 만든 모형이다. 나로호는 2013년 1월 30일 발사된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다.
길을 쭉 따라 올라가니 보안 검색대가 나왔다. 신분 확인과 보안 각서 서명, 소지품 보관 등의 절차를 거쳐 발사통제동으로 들어섰다. 이때부터 김수미 해설사가 안내에 나섰다.
“나로우주센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은 국정원이 관리하는 공간이라 보안·경비가 삼엄한데요. 질문 하나 할게요.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에 보내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로켓이요!” 학생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맞아요. 그런 로켓을 조립해 쏘는 곳이 바로 여기예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산하 기관이랍니다.”
나로호의 구성과 발사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 발사 장면을 영상으로 본 아이들이 손뼉을 쳤다. 김 해설사가 씩 웃으며 리모컨을 눌렀다. 스크린이 걷히고 그 뒤로 발사지휘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당시 나로호 발사를 진두지휘한 장소입니다. 대형 모니터와 수십 대의 컴퓨터 보이죠? 오는 2021년 이곳이 또다시 뜨거워집니다. 그해에 한국형 발사체를 쏘아 올릴 계획이거든요.” -
◇게임으로 로켓 발사, 4D로 화성 탐사!
학생들은 건물 바깥으로 나와 발사대 등의 시설을 둘러본 다음, 우주과학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켓과 인공위성, 우주 탐사를 주제로 꾸며진 전시·체험관이다.
1층 상설전시관은 기본원리존과 로켓존으로 나뉜다. 진공이나 중력과 같은 간단한 우주과학 원리와 로켓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재밌게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최윤서(논산 반월초 4) 군은 “나로호 발사 시뮬레이션 게임이 가장 흥미진진했다”며 “과학자가 돼 실제 발사에 참여한 기분”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인공위성존과 우주탐사존으로 구성된 2층도 알차다. 통신해양기상위성인 천리안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날씨 영상과 화성탐사로봇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꽉꽉 채워졌다.같은 층에 자리한 4D 돔영상관은 줄을 한참 서야 들어갈 수 있다. 이날 상영된 영상은 우주선을 타고 화성을 탐사하는 내용. 원형 스크린과 움직이는 의자가 생동감 넘치는 관람을 도왔다.
이수정(논산 부창초 5) 양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를 경험한 꿈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서빈(논산 부창초 4) 양은 “오늘 탐방 덕분에 우주과학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면서 “색깔이 예쁜 토성을 꼭 한번 연구해보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날 저녁 순천만 천문대, 이튿날 여수 광양항 등의 탐방 일정도 소화했다. 이를 끝으로 올해 국토탐방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과장은 “올해는 특별히 교통의 역사와 발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국토 개발 등을 테마 삼아 운영했다”며 “철도기지 등 각급 학교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탐방 장소가 포함돼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어린이가 국토 교통 분야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폭넓게 체험하고, 이 분야에 호기심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국토연구원 국토탐방대회 현장을 가다] 나로우주센터
나로호 발사 체험하고, 4D로 화성 다녀오고…우주과학자 꿈이 '무럭무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