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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은 어떤 아이들을 제일 힘들어할까요? 바로 무기력한 아이입니다. 무기력한 아이들은 일단 대답이 짧습니다. 어떤 말에도“아니요” “싫어요”라고 대답하죠. 이런 아이들을 만나면 선생님은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합니다.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벽이 생긴 아이들은 학교에 가길 싫어합니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게임같은 도피처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지인의 부탁으로 상담하게 된 훈이는 초등 6학년 남자아이였습니다. 상담실에 들어올 때부터 눈이 풀려 있더니, 30분가량 지나자 몸을 꼬기 시작했습니다. 하품을 참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훈이의 관심은 오로지 '게임'이었습니다. 무기력한 아이들이 가장 쉽게 자신을 맡기는 수단이 바로 게임이지요. 낮엔 자고 밤엔 게임 하는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다른 어떤 것도 훈이의 호기심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훈이에게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더군요. 가장 화가 날 땐 “엄마가 게임을 안 시켜줄 때”라고 합니다. 훈이는 또 “선생님은 이상한 사람이고 내게 관심이 없지만 친구들은 착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훈이 같은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게임기 앞에서 온종일 움직이지 않고 게임만 하는 자세를 '집중력이 높다'고 생각하기로 말이죠. 미국 출신의 세계적 교육학자 존 듀이(1859~1952년)는 말했습니다. “진정한 동기를유발하려면 사탕을 지식에 바를 게 아니라 학습자가 기존에 갖고 있던 흥미와 관심 사이에 살짝 끼워 넣어야 한다. ”전 훈이 아빠에게 제안했지요. 게임 하는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이렇게 집중력이 높은 아이가 정말 좋아할 만한 걸 찾아주자”고요. 당시 제가 훈이 아빠에게 귀띔해준 게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놀이였습니다.
게임에 빠진 아이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아하는 걸 찾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때마침 오늘 훈이 아빠에게서 전화가왔습니다. 훈이가 이젠 말도 잘하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훈이 때문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던 어머니가 제일 좋아한다고 해요. 훈이같은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어머님, 아이에게 '세상엔 게임 말고도 재밌는 게 많다'는 걸 알려주세요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준비물: 종이, 볼펜, 작은 통
▶순서
1. 종이에 다음과 같은 항목을 미리적어둡니다.
① 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내 모습
② 어린 시절 내가 멋지게 해낸 일
③ 어릴 때 좋아했던 음식
④ 어릴 적 좋아했던 장난감
2. 가족 모두에게 종이를 나눠준 후 10분 정도 시간을 주고 작성하게 합니다.
3. 다 쓴 종이를 접어 작은 통에 넣습니다.
4. 한 사람씩 통에 있는 종이를 꺼내 소리 내어 읽습니다.
5. 서로의 느낌을 얘기합니다.
▶주의하세요
—반드시 종이에 1번에 제시된 항목들을 미리 써놓으세요.
—각자가 좋아하는 걸 읽을 땐 진지한 자세로 임하세요
방승호 서울시교육청 책임교육과 장학관은
·충남대학교 토목공학교육과 졸업(1985년)
·서울 신원중·국사봉중 등 교사(1988년)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2001년)
·서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감, 서울대안교육종합센터 자문위원(2007년)
·서울시교육청 책임교육과 장학관(2010년)
·'대한민국의 꿈을 가꾸는 사람들' 선정, 보건복지부 '이달의 나눔인' 장관상 수상(2011년)
·서울강서교육지원청 중등과장
·네이버카페 '날날이 쌤과 함께하는 행복발전소(cafe.naver.com/ssem2)' 운영
[방승호 선생님의 똑똑! 상담실] 무기력한 아이의 관심 깨우는 방법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찾아줘야…
편집=고수연 기자
amik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