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의 재해석…하기로 했으면 하는 습관
맛있는 교육
기사입력 2011.04.18 09:49

  • 자기주도학습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흔히 언급되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꿈과 목표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학습의 정의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습관에 대한 것이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꿈과 목표는 매우 중요하다. 꿈이 있어야 목표가 생기고, 목표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느낌은 제대로 된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30%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이란 것들이 다소 막연한 경우도 많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주위에서 주워 들은 경우도 많다. 꿈과 목표. 참 어려운 주제다. 이것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글을 통해서 심도 있게 다루도록 하자.

    학습의 정의는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 되었지만,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학’과 ‘습’에 대한 황금률 역시 최소 5:8 이상은 되어야 하리라 본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배우는 시간이 2시간이면 익히는 시간은 아무리 적어도 3시간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익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 주로 얘기할 부분은 자기주도학습의 세 번째 이슈인 습관에 대한 것이다. 물리 시간에 혹시 관성의 법칙에 대해서 배운 것 기억 나는가? 외부에서 어떤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려고 하고 운동하는 물체는 동일한 운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성질이 바로 관성의 법칙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습관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알고 보면 바로 이 물리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일단 한 번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그 습관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몸과 마음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친다. 그것이 무엇이든 과거에 해 왔던 행동과 다른 행동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6시에 일어 나겠다고 결심했다고 하자. 아무리 굳게 결심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며칠 만에 실패하고 만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이것에 대해 몸이 아직 적응이 안되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마음이 나약해서 그렇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사실은 몸과 마음 모두의 문제이다. 몸도 마음도 관성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하던 것을 안 해도 어색하고, 안 하던 것을 해도 어색하다.

    아, 공부에 있어서도 바로 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할 것 아닌가! 일단 좋은 습관을 들여 놓으면, 그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그 습관을 어기는 것보다 훨씬 쉽게 될 것 아닌가! 그렇다면, 공부에 있어서는 어떤 습관을 들이고 좋은 관성을 만들어 가야 할까?

    공부에 있어서의 첫 번째 습관은, ‘예습, 수업, 복습 사이클에 대한 습관’이다. 예습은 수업시간에 배울 내용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훑어 보는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수업에 온 집중을 다 하는 것이다. 복습은 반드시 당일에 끝낸다. 이 습관을 잘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첫 번째 관성이 잘 고착된 경우이다. 이런 아이들은 방학 때마다 학원가를 휩쓰는 특강이네, 선행이네 하는 것들에 잘 현혹되지 않는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두 번째 습관인데, 나는 이것을 ‘하기로 했으면 하는 습관’이라고 부르고 싶다. 계획은 누구나 세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계획을 무시해 버리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금연과 다이어트에 관한 결심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여지없이 금연과 다이어트가 신년 다짐 1,2위를 다투곤 한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가 계획을 어기는 것에 얼마나 익숙해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나는 ‘하기로 해 놓고 안 하는 습관’이 자리 잡는 첫 번째 경험을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생활계획표로 보고 있다. 왠지 공부를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저녁에 2시간, 하루에 총 6시간 정도를 공부시간으로 잡아 놓는다. 같이 계획표를 짜는 어머니도 뿌듯해 한다. 그런데 며칠이나 가는가? 초등학교 1학년이 하루에 6시간을 공부한다고? 여기서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어길 수 밖에 없는 계획표를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계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 진다. 이러한 일들은 방학 때마다 반복되고, 고스란히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까지 자리잡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학습계획표를 짜라고 하면, 마치 초등학교 때의 생활계획표를 짜 듯이그럴 듯 하게 짜 온다. 즉, 자신의 능력 이상의 계획표를 만들어 오는 것이다. 채 일주일을 못 간다. 그리고는 그냥 그대로 둔다. 마치 계획표는 그저 책상 앞에 붙여 놓는 것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인 양. 한 아이가 농담 삼아 말한다. “선생님, 계획은 어기라고 있는 거잖아요?” 얘들아, 제발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자.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에는 대부분 굳은 결심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온갖 핑계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기어이 계획을 안 지켜도 되는 자기 합리화의 구실을 찾아 내고야 만다. 아침 운동을 하기로 해 놓고는, 아침 운동이 하기 싫어 지면 기어이 인터넷을 뒤져서는 ‘아침공기가 건강에 안 좋다’라는 기사를 찾아 내고야 만다. 결심했다가 핑계거리를 찾아 본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은가?

    ‘하기로 했으면 하는 습관.’ 바로 이 부분이 상위 1%가 가진 습관이다. 하기로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실행할 수 있는 계획표를 짜야 한다. 아직 이러한 습관이 자리잡지 못했다면, 처음에 계획을 세울 때 차라리 3일 짜리 계획을 짜자. 그리고, 3일 후에 수정하는 것이다. 굳이 하루에 10시간 공부하겠다고 무리하게 계획을 짜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그리고 딱 3일만 지켜보자. 그리고 3일 후에 너무 무리한 계획이다 싶으면 3시간으로 줄여도 좋다. 다만 계획을 세웠으면 지키라는 말이다.

    너무 무리하게 계획을 짜면 마음에 부담이 생기고 몸도 따라오지 못한다. 그리고, 차라리 계획이 없는 것 만도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계획을 지키고 있지 못하다는 자책감과 계획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기로 해 놓고 안 하는 습관’이 관성으로 자리잡는 순간이다.

    그러니, 자기 페이스에 맞는 적절한 계획을 만들고, 이를 철저히 지켜 나가는 습관을 만들어 가자. ‘하기로 해 놓고 안 하는 습관’에서 ‘하기로 했으면 하는 습관’으로 바꾸어 가자. 그리고, 관성을 만들어 가자. 계획을 실천하는 관성을 만드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에 의하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니, 혼자가 힘들면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서로 계획을 공유하고 점검해 가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하지 않던가. 그리고, 또래 아이들끼리 해도 잘 안 된다면, 멘토를 찾아 나서자. 두드리면 열린다 했으니, 구하면 스승이 나타날 것이다. [글/빈현우 PMC(Postech Math Consulting) 자기주도학습연구소(포스텍자기주도학습관) 소장 binhw@daum.net]

    (위 내용은 언론 매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보도자료 형식의 칼럼 입니다. 단 사용할 경우 칼럼니스트의 소속과 이름을 밝혀야 합니다.)

    ※ PMC 자기주도학습연구소 출처 / 뉴스와이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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