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생활증후군, 단번에 끝내려다 3년 고생한다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1.03.30 14:17
  • 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조기교육 열풍이 불면서 어린이집, 놀이학교 등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른처럼 온전하지 않은 면역력에 새로운 환경에 접하다보니 아이들은 감기를 비롯한 유행성 질환에 쉽게 걸린다. 특히 요즘은 봄 환절기를 맞아 일교차가 큰 때여서 잦은 감기에 시달릴 위험이 몇 배로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아파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혹은 엄마가 직장에 가야 하기 때문에, 놀이 학교 수업료가 아깝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들은 아이에게 항생제, 해열제를 성급하게 먹이고 유치원에 보내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약을 먹여 증상만 완화시키다가는 단체생활 내내 잔병치레로 고생하며 성장에도 악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기, 면역계통 훈련시키는 질환
    감기는 꼭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면역 체계가 활발한 활동을 개시하여 감기를 이겨낸다. 다음에 감기에 걸렸을 때도 또 스스로 이겨내면서 아이의 면역기능은 점점 발달한다. 말하자면 감기는 우리 몸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연습상대가 되어 면역 계통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는 나중에 암에 덜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아이들 감기는 열이 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2~3일 열로 고생하다가 열이 내리면 맑은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한다. 이후 맑은 콧물은 누렇고 진득한 콧물로 바뀌고 가래 낀 기침을 한다. 대개 일주일 정도면 콧물이 마르고 기침이 잦아들면서 낫는다. 이것이 감기의 생로병사다. 이렇게 아이가 온전히 감기의 전 단계를 거치면서 제대로 앓게 도와줘야 한다.

    발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
    감기의 생로병사를 이해한다면 감기에 걸린 아이가 열이 나도 침착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해 해열제를 사용한다면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아이 스스로 감기를 이기고 면역력을 획득하는 데는 방해가 된다. 열은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했을 때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방어현상으로 나타난다. 즉, 외부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해 면역 물질들이 강력한 방어와 공격을 취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몸은 비상 사태에 돌입해 체온을 상승시킴으로써 면역력과 바이러스가 한판승부를 벌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 감기 바이러스를 정복하면 자동적으로 열이 떨어져 체온이 정상화된다. 따라서 해열제를 자제하고 이틀 정도는 참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단, 탈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분섭취에 신경 써 주자.

    튼튼한 몸 만들기, 감기 치료의 핵심
    한방에는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고 하며, 우리 몸을 지키는 정기가 튼튼하면 사기는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즉, 몸의 기가 약해졌을 때 사기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내 몸만 튼튼하게 가꾸면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왔더라도 자기가 살 곳을 아님을 깨닫고 곧 나가버린다. 그러므로 감기 치료의 핵심은 감기를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용히 물러나도록 내 몸의 기운을 돕는 것이다.

    아이의 면역력을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감기에 걸렸다가 낫는 과정 자체를 잘 치러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런 싸움을 거쳐야만 면역 기능도 더 강해진다. 싸움도 해본 놈이 잘 하듯 감기도 건강하게 이겨낸 아이가 면역력이 튼튼해진다. 혹여 아이가 감기를 건강하게 이기지 못한다면 약의 힘을 빌어 감기와 대신 싸워주기보다 평소 아이 스스로 감기를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주는 것이 현명한 엄마다.

    즉 병원과 약국에서 받아 온 약으로 열이 내리고 기침이 잦아들길 바라지 말고, 아이의 면역력이 약해 감기를 이기지 못하고 비염이나 중이염 등의 합병증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지 살피고 원인이 되는 것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 면역력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고 잔병치레를 막아 키 성장도 도울 수 있다.

    *글_ 최현 (압구정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