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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부모 이미영 씨(가명)는 아들 김유찬 군(가명·8세)을 지난해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글로벌 인재로 키우려면 하루라도 일찍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초등학교 입학이 코앞인 유찬이가 정작 한글을 깨치지 못한 것. 이씨는 조급한 맘에 아이를 때려가며 한글을 가르쳤다. 유찬이가 얼굴을 찡긋거리기 시작한 건 그 즈음부터였다.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유찬이는 ‘틱 장애(Tic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입학 전 학업 스트레스가 장애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 열두 살 수정이(가명)는 초등학교 입학 무렵 습관적으로 입술을 살짝 내밀곤 했다. 증상은 3개월 후 자연스레 없어졌다. 하지만 5학년이 된 수정이는 자신도 모르게 친구들과 얘기할 때마다 ‘음음’ 하는 소리를 내고 눈을 위로 흘기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이상하게 행동하는 수정이를 놀리고 따돌렸다. 수정이는 매일같이 엄마에게 “학교 가는 게 싫다”며 투정을 부렸다. 병원이 진단한 수정이의 증세 역시 틱 장애. 전문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
틱 장애란 자신도 모르게 신체의 한 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증상을 일컫는다. 킁킁거리는 등 이상한 소리를 되풀이하는 것도 포함된다. 앞의 경우를 ‘운동 틱’, 뒤의 경우를 ‘음성 틱’이라고 부른다. 특정 욕설을 반복적으로 내뱉는 경우도 음성 틱에 해당한다. ‘뚜렛 증후군(Tourette’s Disorder)’이란 것도 있다. 운동 틱과 음성 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틱은 습관적 행동과 달리 본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따르면 일시적 틱 증상은 전체 어린이의 10~20%에게서 나타난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연령대는 7~11세. 짧은 기간에 증상이 사라지는 ‘일과성 틱’은 학령기(만 6~12세) 어린이의 5~15%,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 틱’은 그 가운데 1% 정도가 겪는다.
틱 장애는 왜 생기는 걸까? 박준헌 김봉수학습클리닉 부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은 “뇌 특정 부위(기저핵)의 발달 지연이 가장 큰 발병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뇌에서 기저핵은 불필요한 행동을 가두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 댐이 제때 완성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 틱 장애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과성 틱 장애는 스트레스만 줄여도 개선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장은 틱이란 말의 유래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틱은 원래 야생마를 묶는 끈을 뜻하는 말이죠. 야생마에게 자신을 옥죄는 끈은 스트레스예요. 틱 장애도 마찬가집니다. 어린이 틱 장애 환자 중 유난히 초등 1년생이 많아요. 1학년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공부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거든요.” -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구속과 억압이 틱 장애의 원인인 경우도 많다”며 “자녀를 윽박지르거나 혼내는 행동은 되도록 피하고 자녀의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틱은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다른 질환보다 행동치료와 심리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박준헌 부원장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복식호흡 등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영화 원장은 효과적 행동치료법으로 ‘습관반전치료’를 소개했다. 습관반전치료란 장애 행동과 반대되는 행동을 유도하는 치료 방식. 예를 들어 오른손을 반복적으로 비트는 아이에게 왼손을 비틀도록 해 ‘오른손 비틀기’란 자신의 문제 증상을 잊게 하는 것이다.
[창간 특별기획]['마음'이 아픈 어린이들] Tic장애
김지혜 기자
april0906@chosun.com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눈 '깜빡깜빡' 코 '훌쩍훌쩍'… 불안한 아이, 알고 보니 틱 장애
칭찬·격려가 가장 좋은 '보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