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실천하며 가족 사랑도 깊어졌어요"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기사입력 2011.01.03 09:48
  • 봉사 활동으로 똘똘 뭉친 '다둥이네 가족'

    “남들이 한 번 웃을 일도 저흰 다섯 번 웃을 수 있어요!”

    지난달 27일 만난 서울 가락초 2년생 쌍둥이 김민혁 군과 김예은 양의 얼굴은 흥분과 미소가 뒤섞인 표정이었다. 이튿날로 예정된 방학맞이 가족여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목적지는 강원도 횡성.

    둘의 외출은 흔치 않은 일이다. 중학교 1·3학년 오빠와 네 살 여동생 등 도합 일곱 명이나 되는 ‘다둥이 가족’이어서 한번 바깥 나들이를 하려면 일단 돈이 많이 든다. 어디 그뿐인가. 짐 챙기기부터 교통수단 확보까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 지난해 11월 출전한 가종봉사단 페스티벌에서 3등상을 수상한 김현주 씨네 가족. 풍물놀이를 선보인 김 씨네 가족은
    ▲ 지난해 11월 출전한 가종봉사단 페스티벌에서 3등상을 수상한 김현주 씨네 가족. 풍물놀이를 선보인 김 씨네 가족은 "다양한 악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연처럼 우리 가족도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들·아들·쌍둥이 남매, 그리고 딸… ‘5남매 다둥이 가족’

    자녀가 셋 이상인 가정을 일컫는 다둥이 가족은 저출산 경향이 두드러지는 요즘 우리 사회에선 귀한 단어다. 지난 200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1.15명. 미국·프랑스 등 G20(주요 20개국) 회원국 평균치(1.95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출산 감소세도 뚜렷해 1980년 2.8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1990년 1.68명, 2007년 1.26명으로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형제나 자매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정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섯 자녀를 둔 김현주 씨(44세)네 가족은 어딜 가나 주목받는다. 일부는 “저 많은 애들을 어떻게 다 키우느냐”며 걱정 어린 눈길로 쳐다보지만 요즘은 김씨 부부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더 많다. 반듯하게 잘 자라준 5남매를 대견해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건 단연 쌍둥이 남매 민혁이와 예은이다. “둘째 형은 태권도를 잘해요. 어려운 숙제도 잘 도와주고요. 첫째 형은 간식 담당이에요. 그래서 맛있는 건 항상 저희한테 양보하죠.”(김민혁 군) “오빠 덕분에 학교에서 열린 ‘바른 글씨 쓰기 대회’에서 상도 탔어요. 막내 예빈이는 저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저희가 쌍둥이처럼 닮았대요.”(김예은 양)

    둘은 가족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둘을 가장 신나게 하는 건 주변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 “애들이요, ‘놀아줄 사람 많아 좋겠다’며 엄청 부러워해요. 심심할 틈이 없겠다나요.” (둘 함께 웃음)

    ◆각자의 일은 ‘알아서 스스로’… 함께 봉사하며 더 돈독해져

    형제자매가 많은 건 각각의 자립심을 기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김 씨는 “식사 준비를 할 때도 수저 놓기나 반찬 나르기 정도는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돕는다”며 “어떨 땐 네 살짜리 막내도 자기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을 정도로 각자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씨네 가족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김씨 부부와 5남매는 지난 2006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서울 송파구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누리봉 가족봉사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로 활동하는 곳은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단체 ‘신아원’(송파구 거여동).

    시작은 소박했다. “늦게 태어난 쌍둥이와 막내를 돌보느라 정작 첫째·둘째 아들과 보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셋이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신아원을 알게 됐죠.” 막상 봉사를 시작하자 가족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김씨는 1년 전부터 민혁이와 예은이, 남편까지 봉사활동에 참여시켰다. “봉사 자체를 통해 얻는 보람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김현주 씨)
    아이들도 얻는 게 많다. 예은이는 지난가을 한 장애우와 함께 남한산성에 올랐던 일을 들려줬다. “몸이 좀 불편한 오빠였는데 함께 손잡고 산에 올랐어요. 꽤 오래 걸리는 길이어서 숨이 가쁘고 힘들었지만 ‘오빠는 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는 ‘불행’한 게 아니라 ‘불편’한 거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좀 더 기다려주면 오빠도 비장애인처럼 잘할 수 있단 걸 알게 됐죠.”

    ◆“아이 키우는 일, 힘들지만 행복해… 좀 더 많이 동참했으면”

    가족 봉사 활동으로 똘똘 뭉친 김씨네 가족은 내친 김에 지난달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주최하는 가족봉사단 페스티벌 장기자랑에 출전했다. 부모님의 지도 아래 민혁·예은 남매가 장구를 치고 첫째와 둘째가 꽹과리와 북을 맡아 흥겨운 사물놀이를 선보인 것. 결과는 3등상이었다.

    봉사 활동을 시작한 후 가족 외출도 잦아졌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온 가족이 함께하는 추억만큼 소중한 게 또 어디 있겠냐는 생각에 되도록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려고 노력한다”며 “나눔을 함께하는 경험은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추억”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이를 여럿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행복한 일인 것만큼은 분명해요. 좀 더 많은 부모들이 자녀 양육의 기쁨과 보람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