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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청아, 의현아, 의창아, 나와라!”
지난 23일 저녁 8시 30분.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 앞에서 3남매를 부르는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소리의 주인공은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자원봉사자들. 대문을 열고 나온 최의청 양(9세)·최의현 군(8세)·최의창 군(7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 앞에서 준비해간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마술 공연을 펼쳤다. 산타 중 한 명인 이명섭 씨(26세)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정답게 인사를 건넸다.
“의청이는 피아노도 잘 치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며? 앞으론 더 열심히 해.” “의현이와 의창이! 너희는 형제니까 사이좋게 지내야 된다.” 선물을 하나씩 받아든 아이들의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찾아나서는 이 프로그램의 명칭은 ‘몰래 산타 대작전’. 한국청소년재단과 서울 서대문청소년수련관이 5년 전부터 함께 마련해온 행사다. 올해도 ‘천사’ 같은 자원봉사자 1004명이 1004명의 어린이를 찾아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은 3주 동안 ‘산타 교육’을 받은 후 직접 아이들에게 전해줄 카드와 선물을 마련했다.
이날 출정식(出征式·어떤 행동을 시작하기 전 갖는 모임)을 가진 ‘몰래 산타’들은 조별로 나뉘어 선물 배달에 나섰다.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 자원봉사자들은 “날씨는 춥지만 선물을 받아든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볼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입을 모았다.
몰래 산타 대작전 " 와! 우리 집에 산타 할아버지가…"
글·사진=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자원봉사자 1004명이 1004명의 어려운 어린이 찾아가